- 교육센터 이어 협동조합 설립
- 커피값 거품 빼고 원두 고급화
- 직원 17명 중 장애인 11명

- “철저한 교육으로 품질 자부
- 부산 명물 커피창고 건립 꿈”

2017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커피류(원두·커피대용물 포함) 양은 15만9000ｔ. 수입량이 5년 사이 4만5000ｔ가량 급증했다. 이 물량의 8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에 주목해 ‘꿈’을 키우는 부산 사업가가 있다. 그는 협동조합을 꾸려 수도권 업체들이 장악한 국내 커피유통의 무게중심을 ‘커피 수입 관문’ 부산으로 옮겨와 시장을 합리화하고, 이 과정에서 장애인 채용에 중점을 둔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주인공은 부산커피협동조합 이성록 조합장.

부산커피협동조합 이성록 조합장이 부산을 중심으로 한 커피 유통구조를 이루는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조합은 2014년 설립됐다. 이 조합장은 앞서 2008년 전국 최초 바리스타 인허가 학원인 부산커피교육센터를 설립한 주인공이다. 잘나가는 학원 경영자이자 커피 전문가인 그가 조합을 만들어 ‘커피 유통 구조 정상화 구상’에 골몰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국내 수입 원두 중 상당수는 1㎏에 5000원 선으로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리는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원두 1㎏으로 80~150잔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시중 커피 한 잔값 4000~6000원은 가격 거품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사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부산·경남 일대 기업을 대상으로 커피 머신 렌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렌털 비용은 받지 않고, 머신에 쓰이는 원두를 따로 수입해 업체에서 필요한 만큼 유료로 공급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 24개국 원두를 ㎏당 1만2000원 수준에 들여오는데 연간 약 40ｔ을 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조합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한 잔에 2000원이다.

조합은 장애인 채용 및 교육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보통의 렌털 업체와 구분된다. 조합 직원 17명 가운데 11명이 장애인이다. 2017년 8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이 조합장은 “수입된 원두 가운데 상한 원두를 추려내는 ‘핸드키핑’과 포장 작업은 장애인 직원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커피 맛을 망치는 불량 원두를 골라내는 핸드키핑은 품질을 높이는 중요 공정이다. 장애인 손을 거친 제품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장애인 포함 전 직원이 ㈔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2급 자격증(비장애인 전형)을 딴 실력자다. 장애인 직원은 매주 화요일 부산진역에서 무료 배식 봉사를 하고, 합창단 ‘슬로스’ 단원으로 활동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장애인을 채용하면서 조합은 성장할 수 있는 배경도 얻었다. 이 조합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채용해야 하지만, 실제 채용하지 않고 분담금을 내는 것이 대다수”라며 “그런데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물건을 구매하면 분담금이 최고 60%까지 감면된다. 커피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마시지만 관련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표준사업장 인증을 통해 시장 경쟁력도 얻는다는 노림수다. 장애인 교육과 이를 위한 로스팅기계 공유 등에도 힘쓰는 조합은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이자 공유기업·단체로도 지정돼 있다.

이 조합장의 최종 목표는 부산 명소가 될 공장형 커피 창고를 여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자녀들이 학창 시절 부산 대표 공장이라고 견학 간 두 곳이 모두 주류공장이었다”며 “수입한 원두를 골라 포장하고, 직접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리는 걸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개방형 창고는 곧 교육 현장이자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조합은 월매출이 380만 원 오를 때마다 장애인 1명을 의무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교육·채용과 국내 커피 품질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