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실적 위한 손님유치 집중
- 체류형 관광지 개발 서둘러야
- 제주선 협회가 중추 역할 맡아
- 국내 관광객 수요 확대하려면
- 소비자 패턴 알고 체질 바꿔야

“‘부산의 미래 먹거리는 관광’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실제 부산시의 인식을 보면 관광은 뒷전입니다. 당장 눈앞의 실적만 좇아 관광객 유치에만 치중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체류형 관광단지 개발처럼 부가가치를 높일 인프라를 구축해 부산 관광의 기초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국내 관광객의 수요를 확대하려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부산관광협회 이태섭 회장이 관광업계가 겪는 어려움과 극복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이태섭(68) 부산관광협회 회장은 부산시가 관광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책적 지원이나 인식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특히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가 만든 부산관광공사가 같은 목표를 두고 활동하는 부산관광협회와 협력하는 데 인색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제주에도 제주관광공사가 있지만 제주관광협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도에서 공무원을 보내 지원해 주고 있다”며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관광협회 회원들의 참여를 이끈다면 부산관광공사의 지역 홍보 활동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3년 설립된 부산관광협회는 관광호텔과 여행사, 음식점 등 지역의 1000여 개 업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 사무국 직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지만 지역 관광 거점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광안내사를 포함하면 직원 수가 50명에 가까운 대식구이다. 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관광안내소에 25명이 일하고 있고 지난해 활동을 시작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에도 14명이 남포동과 서면 카페거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 관광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협회는 해외 관광협회와의 교류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대만의 여러 지역 협회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만나 보면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상대방 지역에 관광상품을 개발할 때 어려운 점이 있으면 서로 지원하고 배울 점은 벤치마킹하고 있다. 항공 노선 개설 등에서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소비자의 수요 패턴에 맞춰 업계와 정책입안자 모두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선 목표는 국내 관광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는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메르스 사태, 대통령 탄핵 등을 잇달아 겪으며 우리 사회가 크게 변화하면서 외식과 여행의 소비 패턴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관광업계는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해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도 이런 변화를 잘 반영해 정책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 관광 수요를 늘리려면 이대로는 곤란하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같은 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흔히 ‘제주도 갈 바에야 해외로 나간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우리 국민이 국내 관광지에서 음식의 질이나 비용에서 불편을 겪지 않고 만족해야 외국인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만족하고 부산을 비롯한 한국의 다른 지역도 찾게 될 것”이라고 업계·당국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강원도 평강 출신인 이 회장은 1973년 서울 세종호텔에 입사하며 관광업계에 처음 발을 디딘 뒤 부산호텔과 부산웨스틴조선호텔 창립 멤버로 활동하는 등 11년간 호텔업계에 몸담았다. 이후 음식업에 진출해 1991년 광안리해수욕장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개업하면서부터 부산관광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회장에 선출돼 3년씩 지낸 두 차례 임기가 끝나기까지 한 달여 앞둔 이 회장은 임기 동안 내부적으로 협회의 재정을 튼튼하게 다지고 외부적으로는 협회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발족 56년째를 맞는 협회의 전용 회관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매듭짓지 못하고 후임 회장에게 짐을 넘기게 됐다. 관광 안내를 비롯해 지역 관광의 거점이 될 공간인 만큼 부산시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진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