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개관 10주년 때 취임
- 지역만의 콘텐츠 개발과
- 부산 예술인과 상생 ‘숙제’
- 직원 챙기기 더 신경 쓸 것

국립부산국악원은 2008년 개관해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전통공연예술 보전과 계승, 국악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국립국악원은 서울 본원을 비롯해 남원 민속국악원, 진도 남도국악원에 이어 부산국악원에 지역 거점을 두고 국악계의 종가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국악원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피란 온 국악인들과 함께 부산 용두산에서 국립국악원을 탄생(1953년 서울 이전)시킨 역사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영남권 전통문화 발굴·보존과 개발을 과제로 꼽아왔다.

국립부산국악원 김경희 원장이 설립 10년을 넘긴 부산국악원이 나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국악원은 이제 10년을 넘긴 신생 기관이고, 국립국악원 중에서 가장 막내죠. 짧은 시간 내에 다른 지역 국악원의 두 배에 가까운 횟수의 공연을 선보이며 부산 시민에게 국악원의 존재와 역할을 알린 것을 값진 성과로 생각합니다. 외연을 넓게 확장한 것에 맞춰 앞으로 부산국악원 본연의 역할인 지역 중심 콘텐츠를 강화하고 내부 조직을 다지려고 해요.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려 합니다.” 지난 10년간의 평가와 향후 과제에 대한 신임 김경희(56)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부산국악원 원장직이 개방형 공모제에서 임명제로 전환되며, 본원에서 학예연구관으로 있던 김 원장이 승진과 함께 부산으로 왔다. 선화예중·고, 서울대 음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서 국악 이론을 공부한 후 1993년 국립국악원에 학예연구사로 들어갔다. 국악연구실과 국악진흥과를 오가며 국악 연구와 교육 개발에 매진했고 외국인을 위한 국악캠프, 일반인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 구축 등 여러 사업을 안착시켰다.

김 원장은 부산국악원의 과제로 크게 ‘영남에 집중한 콘텐츠 개발’과 ‘지역 예술인과의 상생 구도 마련’을 꼽았다. 그는 “본원의 기능을 갖춘 작은 국립국악원인지, 부산국악원인지 고민했을 때 답은 ‘부산국악원’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영남에서 해야 할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려 한다”며 “예컨대 부산국악원의 ‘왕비의 잔치’ ‘천생연분’은 잘 만든 작품이지만 궁궐을 배경으로 하며 서울지역의 춤이 혼합돼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 영남 춤 반주 음악의 90%는 호남과 경기 지역의 것이다. 영남의 노래를 잃어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영남 정통을 찾는 게 부산국악원의 역할이다. 이와 함께 지역 예술인과의 친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경쟁이 아니라 상생 구도로 지역 국악 발전에 힘이 되는 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임명제로 전환되며 부산국악원 원장의 임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립국악원 인사이동은 2~3년마다 있지만 기약은 없다. 기관장을 처음 맡게 된 김 원장은 “업무와 사람 무엇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관장의 역할은 명확한 방향과 길을 제시하고 같이 걸어가는 꿈을 꾸게 하는 것 같다. 직원의 아픔이 무엇인지 살피고 연주자와 관객 모두 행복해지는 데 노력하겠다. 무대와 시설 정비도 최고의 아름다움과 연주를 보고 행복해할 관객을 위해서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야금 연주자였던 그는 개인적인 꿈으로 제대로 된 살풀이춤을 춰보겠다는 목표도 전했다. 김 원장은 “공무원으로서 꿈은 국악 발전을 위해 국악원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훗날 살풀이춤을 춰보고 싶다. 한국 춤은 예쁘게 보이고자 하는 게 아니다. 땅을 딛고 호흡을 가장 가라앉혀서 땅과 함께 호흡하는 춤이다. 아직 수양이 많이 부족한데, 나중에 꼭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부산국악원도 중심을 잡고 지역 국악인의 소리에 귀 기울여 국악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국악원이 제 역할을 해내면 국민들이 국악을 아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