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단 26년 된 중진 극단 대표
- 공연 늘리고 새 아동극 선보여
- ‘이윤택 사태’ 딛고 극장 살리기
- 개관 손꼽던 시민 뜨거운 호응

- “재미 예술성 감동 모두 잡겠다”

“많은 분이 재개관을 기다렸다고 말씀해주셔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강혜란 극단 자유바다 대표는 “어른이 찾아도 만족할 수 있는 아동극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지난해 2월 이윤택 연출가의 성 추문 여파로 운영을 중지했던 부산 기장군의 아동·청소년극 전용 안데르센 극장이 10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새 위탁 운영자인 극단 자유바다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극장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자유바다 강혜란 대표를 중구 중앙동에서 만나 운영 소감과 함께 안데르센 극장의 근황을 들어봤다.

재개관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묻자 강 대표는 “첫 작품을 매주 토요일에 한 차례 올렸는데 전 공연 전석 매진이었다”며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자녀를 데려오신 부모님들이 ‘많이 기다렸다’며 환영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이런 호응 덕분에 다음 작품부터는 매주 토요일 2회 공연할 계획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안데르센 극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강 대표는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담 같은 것은 전혀 없다”며 “최대한 빨리 좋은 작품과 함께 관객을 다시 찾는 것이 극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바다는 재개관 후 무대에 올리는 첫 작품으로 극단의 대표 아동극 ‘피노키오와 마법의 성’을 선택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피노키오 인형과 함께 상상 속 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생명 존중과 우정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강 대표는 “지난달 26일 ‘피노키오와 마법의 성’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꽤 오랫동안 무대에 올린 작품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선보이려니 떨렸다”며 “다행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그 모습을 본 부모님들도 만족하셔서 좋다”고 첫 무대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자유바다는 다음 작품으로 안데르센극을 선보인다. 안데르센 극장에서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아동극을 분기별로 최소 한 번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강 대표는 최근 연극으로 만들기 적절한 안데르센 동화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처럼 너무 유명한 동화보다 발굴 차원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찾으려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든다. 강 대표는 “안데르센 동화가 아주 많지만 분량이 너무 짧거나 잔혹한 내용도 많아 아동극에 적절한 작품 찾기가 까다롭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강 대표가 고심 끝에 고른 첫 번째 안데르센극은 ‘더 해피 커플’이다. 행복을 찾아 나선 부부가 진정한 행복은 주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관객을 찾는다.

1993년 창단한 자유바다는 부산의 중진 극단으로 2011년 제29회 부산연극제 대상, 2016년 한국연극협회 베스트작품상을 받은 작품을 포함해 40여 편의 창작극을 무대에 올린 저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안데르센 극장을 맡기에는 보유한 아동극 레퍼토리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성인극 극단이 아동극은 못할 것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인극을 잘하는 극단이 아동극도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도 부모이다 보니 아동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으니 재밌으면서도 예술성 있는, 어른이 봐도 감동적인 아동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