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 이어 3년째 식장 운영
- 상조회사 수수료 관행 깨고
- 장례용품·서비스 가격 합리화
- 구급차 운영 등 사회공헌도
- 지난해 이용객 영락공원 추월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시민장례식장은 2013년 설립 당시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월 이용객 230명을 돌파하며 부산영락공원을 뛰어넘었다. 부산에서 영락공원의 ‘아성’을 깰 장례식장은 없을 거라는 전망을 넘어선 것이다. 주민들이 극구 반대했던 시설은 5년 만에 ‘가장 많은 시민이 생애 마지막을 맞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성훈 부산시민장례식장 대표는 “전국의 장례업계도 운영이 투명해져 장례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문성훈(32) 대표는 아버지 문병기 전 대표의 뒤를 이어 3년째 시민장례식장을 맡고 있다. 문 대표는 “아버지는 실무자 출신으로 30년 넘게 장례업에 종사해오셨다. 관 하나를 수백만 원에 파는 등 거품이 심할 때부터 지켜보셨다. 이제는 장례업계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민장례식장의 터를 닦아 놓으셨다”고 말했다.

일부 장례식장은 고객을 유치하는 상조회사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영업비를 부담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관행은 장례 비용을 높여 고스란히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시민장례식장은 이 수수료를 과감하게 없앴다. 그렇기에 다른 장례식장과 비교해 가격이 50~60% 저렴하다. 상조회사를 끼고 있지 않다 보니 모든 장례절차를 직영체제로 진행한다. 관, 수의 등 장의용품도 다른 상조회사의 반값 수준이다. 문 대표는 “‘미쳤다’는 말도 들었고, 소송을 당한 적도 있다. 기존 장례업계의 틀을 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부산에도 시민장례식장의 운영 방식이 어느 정도 정착됐다. 투명하게 운영되는 장례식장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전국장례협회에서 견학을 오기도 한다.

사업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월 200명 이상의 이용객이 꾸준히 찾는다. 하지만 수익을 올리겠다고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 문 대표는 “변함없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시민장례식장의 운영 가치”라고 말했다. 빈소 면적은 188㎡(57평)부터 1190㎡(360평)까지 다양하며 모두 18개 빈소가 마련돼 있다. 가족실에는 호텔식 싱글 침대 3개와 온돌 침대 등을 갖췄다.

문 대표는 아버지가 사업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장례를 마치고 와서 ‘덕분에 마지막 가시는 길 편안히 모셨다’고 인사를 받고 남을 돕는 일을 한다는 게 무척 뜻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적극적으로 남을 돕고 있다. ‘시민 911구급차’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민장례식장에는 특수 구급차가 있다. 고인뿐 아니라 환자 이송도 가능한 허가받은 구급차량이다. 문 대표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인데 대충 옮겨지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안전하게 모실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어 특수 구급차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장례식장의 구급차는 병원 등에서 급히 이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면 이송팀과 응급구조사를 동반한 이송 서비스를 한다.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시민장례식장은 부산진구와 동구, 남구 등지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매년 2억 원 규모로 무료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 대표는 장례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기를 바란다. “심야에 장례식장 일대를 보면 우리 건물만 불이 환합니다. 우범지역이던 이곳이 밝아졌다며 반기는 분도 많아요. 장례문화 또한 점차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밝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전국의 장례업계도 운영이 투명해져 장례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