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째 영화제 변화 솔선수범
- 예산 마련과 위원회 통합 등
- 민간 이양 방안 마련 곧 착수
- 국내 첫 아카데미상 등용문
- 출품작 늘어 옥석가리기 고민

“규모는 어느 정도 갖춘 것 같아요. 주어진 과제를 잘 해결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해 아시아 단편영화제의 허브로 자리 잡도록 하겠습니다.”

	차민철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 집행위원장이 BISFF가 아시아 최고 단편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가 올해로 36회를 맞았다. BISFF는 이번 달 열릴 행사를 무사히 끝내는 것 외에도 아시아 대표 단편영화제로 도약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많다. 8년째 BISFF의 변화를 주도해온 차민철(47) 집행위원장의 어깨 역시 무겁다.

BISFF와 차 집행위원장은 현재 조직 민간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왔던 각종 행사 조직위원장직을 민간에 넘긴다고 발표했고 차 집행위원장 역시 자율성·독립성 확보를 위해 민간화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차 집행위원장을 학교에서 만났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를 지켜보면서 자율성과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칸영화제 등 해외 유명 영화제의 위원장을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바른 방향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예산 마련은 고민거리다. 시 지원금이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시의 책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더불어 조직의 안정성이나 위상을 바라보는 후원사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어느 정도 손실은 감수한 결정이어서 이번 영화제가 끝나면 곧바로 방안을 세울 예정”이라며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직 축소도 진행하고 있다. 조직·집행위원회를 운영위원회로 통합해 실질적으로 영화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분들로만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과제는 출품작의 질적 성장이다. BISFF는 2017년 아시아에서 네 번째, 국내 최초로 아카데미 공식 인증을 받아 경쟁 부문 최우수 수상작을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영화 부문 후보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출품 편수가 급증했고 올해는 BISFF 사상 처음으로 6000편 이상을 기록했다. 영화제 인지도가 높아지고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반갑지만 옥석을 가려내기 어려워졌다. 작품 수가 늘면서 예산 부담도 커졌다. 차 집행위원장은 “출품료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작품이 많은데 출품료는 수작을 가리기 위한 장치이자 영화제 운영을 위한 방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6회 BISFF는 오는 24~29일 영화의전당과 산복도로 옥상달빛극장에서 진행된다. 경쟁 부문 진출작 57편을 포함해 주빈국(스위스) 섹션, 이란 여성 감독 특별전, 대만 가오슝 필름아카이브 기획전 등에 포함된 다양한 단편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단편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 아래 영사기의 전신인 매직 랜턴을 이용한 상영부터 VR·입체 영화 관람도 즐길 수 있다. 차 집행위원장은 “관객이 문화적 다양성을 넓힐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아시아 최고의 단편영화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차 집행위원장은 2012년 프로그래머로 BISFF와 인연을 맺은 뒤 부집행위원장을 거쳐 2017년 집행위원장에 임명됐다. 현재 영화제를 지탱하는 주요 프로그램을 기획해 영화제 발전에 기여했고 지난해 임기가 만료됐지만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연임이 결정됐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