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마약청정국 이미지 깨져
- 건보공단과 일상화 차단 총력
- 투약 전력자 관리에도 힘써야

- 프로포폴 손쉬운 처방도 문제
- 의료인 윤리 경각심 일깨워야

“누가 마약을 했다는 게 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문제죠. 마약의 일상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최창욱 본부장은 “마약류는 서서히 중독되지만 삶이 급속하게 무너지는 만큼 사회가 마약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지금처럼 전 국민의 관심이 마약에 쏠린 적도 없을 것이다. ‘버닝썬’ 사태는 클럽 내 ‘물뽕’ 사용과 성범죄 의혹으로 번졌고, 연루된 연예인의 대화방에서는 마약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도 발견됐다.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최창욱 본부장의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9일에도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 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최 본부장은 “마약류는 서서히 중독되지만 삶이 급속하게 무너지는 만큼 우리 사회가 마약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류의 폐해에 대한 홍보와 교육 등 대국민 예방활동과 치료·재활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다.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92년 부산시약사회가 설립했다. 경성대 약학과를 졸업한 최 본부장은 부산시약사회장을 역임하고 지난달 14일 취임했다. 본부는 온·오프라인 마약퇴치 홍보는 물론 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지에서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류와 술, 담배 등의 오·남용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수면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은 물론 고카페인 음료, 본드 등의 위해성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치료·재활사업도 펼친다. 검찰청이 의뢰한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최 본부장은 “부산·창원교도소, 부산구치소, 부산보호관찰소 등과 연계해 집행유예를 받은 마약사범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50명이 이수했다”고 설명했다.

마약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우리나라 마약청정국 맞냐”는 탄식이 들린다. 통상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수가 20명 미만이면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24.3명을 기록했다.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부산 경남지역은 3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항만을 끼고 있어 마약류 밀수·밀매가 쉬운 환경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최 본부장은 “인터넷에서 마약을 칭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신종 마약인 물뽕은 중독성은 없지만 성폭행에 활용되는 등 사회에 해를 끼치는 약물이라 마약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프로포폴도 마약류 보편화에 한몫한다. 최 본부장은 “프로포폴은 시술 목적으로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마약’이다. 주로 50, 60대 여성이 유혹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갱년기 장애를 겪는 여성이 단골 병원에 가서 ‘잠을 못 자고 머리도 아프다’며 프로포폴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협력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수면제 등에 의존하는 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포폴은 합법적 마약인 만큼 의료인의 윤리의식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무분별한 마약류 처방을 막고 의료인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본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프로포폴 외 중추신경 흥분제로 간접적으로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있는 다이어트 약품, 우울증 치료제 등도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과다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품이다.

최 본부장은 “사회 이슈에 따라 반짝 관심을 갖고 사그라들지 않도록 꾸준한 홍보와 교육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