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전자조달 규모만 90조

- 저성장·기후변화 해결 차원
- 전략적 공공조달 세계 추세

- 스타트업 홍보·거래 쇼핑몰
- ‘벤처나라’로 지역기업 지원

수많은 공공기관은 엄청난 규모에 달하는 물품과 서비스, 시설공사 등을 어떻게 확보할까. 바로 조달청을 통해서다. 조달청은 지난해 기준 물품 및 서비스 28조 원, 시설공사 11조 원에 달하는 계약 및 납품을 담당했다. 지난해 기준 거래 규모가 90조 원에 달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운영하고 국유재산 및 비축 물자를 관리하는 일도 한다. 공정성의 기준이 높아지고 조달청의 업무도 확대된다.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4600개에 달하는 부산과 울산지역 공공기관 조달을 담당하는 권혁재(51) 신임 부산조달청장을 만났다.

지난 1월 말 부임한 권혁재 부산조달청장이 ‘벤처나라’로 지역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권 청장은 “오는 28일로 조달청이 개청 70년을 맞이한다. 의미 있는 해에 지역청장으로 처음 부산에 부임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내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데다 지역 내 조선기자재와 자동차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어 도움이 되고자 여러 계획을 세웠다”고 부임 인사를 전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으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공공 부문에서도 융합상품과 같은 혁신 제품을 선도적으로 구매해 기술 혁신과 혁신산업이 성장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한다. 또 정부 정책을 실현하고 저성장, 사회 갈등, 기후 변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공공조달이 세계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조달청도 개청 70주년을 맞아 연간 120조 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조달 전반을 혁신하고 전략적 조달자로서 그 역할을 재정립할 예정이다.

그는 “부산청도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영업력이 없는 창업 및 벤처기업을 적극 발굴해 벤처나라(창업 및 벤처기업이 생산제품을 홍보하고 거래할 수 있는 전용 상품몰)에 진입시켜 판로를 지원할 생각”이라며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한 기업 중 성능이나 기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우수조달 물품으로 지정되면 단가 계약을 체결한 후 수요기관에 수의계약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어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 입찰, 지역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는 지역제한 입찰, 지역업체와의 공동도급 의무화 등을 적극 시행해 지역 중소기업의 낙찰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부산시 등 지역 공공기관과 협의해 올해 조달사업 목표액의 60%인 1조1000억 원을 올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과 울산에는 2만8000개에 달하는 조달업체가 있고 이 중 76%는 부산에 위치한다. 지난해 기준 총 1조 8000억 원의 조달 물자를 계약 공급했고 올해는 1조 9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권 청장은 특히 벤처나라로 지역 기업의 판로를 적극 지원하는 데 공을 들일 방침이다. 그는 “초기 창업 및 벤처기업이 기술혁신제품을 개발해도 경영 상태나 납품 실적 부족 등으로 조달시장에 바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 문을 연 벤처나라는 기술력만 인정받으면 입점할 수 있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벤처나라의 누적 판매 실적은 2017년 54억 원에서 지난 2월 말 기준 203억 원이다. 부산 울산지역 69개사, 280여 개의 상품이 등록돼 있다. 그는 “올 한 해 벤처나라 등록업체 및 상품 수를 지난해 대비 3배, 거래 실적은 5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등록 조건을 완화하고 수의계약 범위를 기존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 출신인 권 청장은 충주고, 성균관대, 일본 도시샤대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1994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2006년 조달청으로 옮겨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정보기술계약과장 등을 거쳤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