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작년부터 시작한 보육사업
- 6~9세 자녀 둔 100명 선정
- 14주간 육아 고민 머리 맞대
- 호응 좋아 모집경쟁률 2 대 1
- “함께 수업 듣고, 치킨 먹었죠”

‘100인의 부산 아빠단’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높은 가입 경쟁률에 언론의 취재요청도 빗발친다. 100인의 부산 아빠단은 부산시가 펼치는 출산·보육 사업 중 하나다.

‘100인의 부산 아빠단’ 2기에 뽑힌 김삼수 시의원이 아빠단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아빠가 엄마의 육아 보조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도록 육아법을 알려주고 아빠들끼리 육아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꾸린 모임이다.

100인의 아빠단은 지난해 7월 1기에 이어 지난 3월 2기가 출범했다. 6~9세 아이를 둔 아빠 100명을 모집했는데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는 주말부부, 해외 출장이 잦은 아빠 등 아빠의 육아 참여가 절실한 가정을 우선 선발했다. 2기는 지난 3월 30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14주 동안 활동한다.

김삼수(40·해운대 3) 시의원은 ‘재수’한 끝에 100인의 아빠단에 선정됐다. “지난해 시의원에 당선되자마자 ‘100인의 부산 아빠단’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떨어졌어요. 2기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선정돼서 기쁩니다. 다른 아빠들과 공정하게 심사받고 싶어서 지원서에 시의원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어요.”

김 의원은 2009년 결혼해 9살 아들과 7살 딸을 뒀다. 아이들이 어릴 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놀아주려 애썼다. 그러나 5년 전 구의원에 당선되고 지난해 시의원까지 당선되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오전 7시에 나가서 밤 11시에 들어오는 일이 허다하다. 자는 아이들 얼굴만 보는 날도 많다.

“시의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좀 더 피부에 와닿는 보육정책을 고안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경험해보니 출산보다 육아가 힘들더라고요.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하면 보육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육아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컸죠.”

100인의 아빠단은 오프라인 행사, 온라인 미션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행사는 지난달 14일 서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열린 일일 학교체험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였다. 아이들과 아빠가 입학식을 포함해 4교시 수업을 함께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1교시는 반 배정과 자기소개, 2교시는 미술·과학 융합 수업, 3교시는 댄스 배우기, 4교시는 음악수업이었다.

김 의원은 “아들딸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아들은 집에서보다 훨씬 활발했고, 딸은 조용했어요. 음악 수업 땐 그룹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와 동요 ‘개구리 왕눈이’를 배웠는데, 아이들이 ‘사랑을 했다’는 열창하고 ‘개구리 왕눈이’에는 시큰둥했어요. ‘사랑을 했다’가 그렇게까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웃음)”

이날 수업이 마친 뒤에는 ‘대중교통으로 박물관 가기’ 온라인 미션을 수행하려고 아이들과 중구 근현대역사박물관을 견학했고, 가까운 국제시장에서 치킨도 먹었다.

아빠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행사는 ‘별자리 캠프’다. 2기 활동이 끝날 즈음 40가족을 선발해 1박2일 캠프를 보내준다. 신청 인원이 초과할 경우 온라인 미션 참여도, 게시글 완성도, 오프라인 참여도를 기준으로 선발하는데, 대부분 캠프에 참여하고 싶어 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아들의 친구 아빠가 1기로 활동했는데 캠프가 좋은 추억이 됐다고 해서 저도 무척 기대돼요. 아이들과 한 번도 캠프를 못 갔거든요. 100인 아빠단 카톡방에서도 캠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김 의원은 “100인 아빠단 같은 사업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경제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심리적이고 실질적인 육아 지원이 있어야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