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 우리말·글 평생 연구와 보급
- 업적 계승하고자 학회 설립

- 부산외솔회지도 재발간 준비
- 연 1만 원… 누구나 회원 가능

“부산은 한글의 도시이고 우리나라는 한글로써 미래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외솔 최현배 선생께서 부산에 씨앗을 심었기 때문입니다. 한글날이 되면 부산에서 선생의 후학들이 만든 경축식이 그 어느 지역보다 성대하게 진행되는 것도 한글 선각자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자랑스러운 한글문화의 도시, 나라정신의 맥을 부산에서 잇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산외솔회 허경무 회장은 “한글 운동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한글을 부산의 대표 문화로 가꾸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올 초 부산지역 원로 한글 학자들이 추천해 부산외솔회 회장으로 선임된 허경무(65) 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의 취임 포부다. 외솔회는 외솔 최현배(1894년 10월~1970년 3월) 선생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보급하는 데 평생을 바친 뜻을 기리고 그의 유업을 잇기 위해 1970년 서울에서 설립됐다. 이듬해 재단법인 외솔회가 발족됐으며, 경남 울산 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지방 외솔회가 활동하고 있다.

허 회장은 “부산외솔회는 부산한글학회가 창립되고 6년 뒤인 1971년 발족됐다. 초대 정신득(전 부산경상전문대학장) 회장을 비롯한 당시 발기인들은 한글 운동이 바로 민족정기를 일깨우고 혼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최현배 선생은 울산군 하상면 출신으로 관립 한성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중 스승 주시경의 조선어강습원에서 한글과 말본을 배웠다. 관비 유학생으로 히로시마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1920년에 사립동래고등보통학교(이후 동래고보)로 부임해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부산이 ‘한글의 도시’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허 회장은 “개화기와 조선어학회 창립 당시 회원 가운데 경남 부산 회원 수가 서울 경기지역보다 훨씬 많았다. 광복 후 국어학사상 뚜렷한 자취를 남긴 국어학자들이 부산에서 그 바탕을 다져 튼튼한 열매를 맺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1949년 조선어학회를 개칭한 한글학회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최현배 선생의 경우, 동래고보에서 교편을 잡고 한글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1960년대 동아대에 출강해 시민 강연 등으로 부산 지식인들에게 불길 같은 호응을 받았다. 김해 출신의 한글학자인 눈뫼 허웅 선생은 최현배 선생에게 배우기 위해 동래고보에 입학했고, 이후 스승이 연세대 교수로 가자 다시 같은 대학에 입학해 한글공부를 했다. 허웅 선생은 1984년 서울대 교수로 퇴직한 뒤 동아대 초빙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셨다. 지금의 저는 동아대에서 허웅 선생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석영 김두봉 김법린 등도 부산과 인연이 깊은 한글학자들이다.

이 같은 전통을 가졌지만 부산시민은 한글과 관련해 특별한 자긍심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자료가 없고, 다른 분야처럼 타 지역보다 특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저자세나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글 운동이 삶의 목표”라는 허 회장은 부산에서 다시 한글사랑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부산외솔회의 그릇이 될 ‘부산외솔회지’를 재발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글사랑의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회원으로 받고, 글도 실을 계획이다. 회비는 연 1만 원으로 하고, 재정은 기업 협찬이나 독지가의 힘을 빌린다는 생각이다.

“부산한글학회와 부산외솔회, 한국서체연구회는 한글을 통한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일로써 그 맥이 같습니다. 외솔 선생께서 4년간 옥고를 치르고 해방 후 혼신의 힘을 다해 학문 연구와 한글 정책을 펼친 뜻을 높이 받들어, 한글을 부산의 대표 문화로 가꾸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허 회장은 동아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0여 년 재직 후 한글운동 및 한글서체운동을 하기 위해 2009년 명예퇴직을 했다. 부산대에서 한글서체 연구로 국내 첫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한글학회 회장, 대한민국 국새 제작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민국행촌서예대전 운영위원장 을 맡고 있다. ‘한글서체의 원형과 미학’ 등의 저서가 있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