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멤버 60여 명 대부분 대학생
- 화합 위해 연습 전 많은 대화
- 이달 24일 취임 연주회 개최
- 밝고 희망찬 음악 준비할 것

“이번 연주 ‘차오’ 하실 거예요?”

지난 4월 취임한 부산청소년교향악단 이명근 지휘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40대 지휘자는 말간 20대 단원의 물음에 어리둥절하다. “차오가 뭐니?” 반문하는 지휘자에게 단원은 발랄하게 답한다. “아, 차이콥스키 5번이요!”

지난 4월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에 취임한 이명근(43) 수석지휘자는 이날의 풍경을 들려주며 웃었다. “교향곡을 지칭할 때도 줄임말을 쓰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지금 20대는 이전 세대와 생각, 사고방식, 가치관이 달라요.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거리를 좁힐 수 없죠.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단원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교향악단은 학교 수업이 없는 목요일 저녁이나 일요일에 모여 연습을 한다. 이 지휘자는 연습 1시간 전쯤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는 “단원 이야기를 듣는 게 실질적인 업무는 아니지만 결국 연주와 연결된다고 본다”면서 “요즘 시대에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단원들을 보면 참 순수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잘 맞는 앙상블 연주는 그 마음이 전달돼 큰 감동을 준다. 또래가 모인 청소년교향악단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서로 신뢰가 쌓인다면 엄청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교향악단이지만 단원 60여 명 대부분 20대 대학생이다. 이 지휘자는 “중·고등학생은 입시에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음악 인구가 부산을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저변을 넓히기 위해 중학생, 고등학생 단원을 1명씩 뽑았다.

이 지휘자는 “청소년교향악단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수업과 행사로 바쁜 단원이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 등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휘자는 자신의 롤모델로 아버지와 경희대 강석희 교수를 꼽았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음악학원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교회 성가대 합창 지휘를 오랫동안 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에게 크게 영향받은 것 같아요. 평소 생활이나 합창 지휘할 때 지나칠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이고 따뜻한 분이시거든요. 강 교수님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고 성실하시지만 무엇보다 학생과 소통하시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이 지휘자는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취임 연주회를 연다. 공연 이름은 ‘운명’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등을 연주한다. 그는 “운명을 극복하는 의지와 희망을 강조하고 싶었고 교육적인 이유도 있다”며 “베토벤의 운명은 악장과 악장 사이 휴지가 없는 아타카를 처음 선보였고, 베르디의 오페라는 악기 편성이 큰 곡으로 단원이 다 같이 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졸업한 이 지휘자는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지휘과 석사를 마쳤다. 또 한예종에 입학할 무렵 이민한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미국으로 가 피바디 음대에서 지휘과 연주자과정을 거쳤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도산교향악단, 워싱턴 솔로이스츠 앙상블 등에서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다. 결혼하면서 한국에 정착할 결심을 하고 2017년 귀국해 진주시립교향악단, 경상오페라단 등에서 활동했다.

이 지휘자가 생각한 지휘의 매력은 뭘까. “가장 큰 매력은 연주하지 않는다는 것요?(웃음) 가장 감사한 자리입니다. 지휘대에 서면 음악적인 좋은 에너지가 다 저에게 오는 것 같아요. 제가 손을 들었다(업비트) 내렸을 때 원하는 소리가 정확히 울려 퍼지면 너무 행복합니다. 관객은 연주자가 받아야 될 찬사와 감동을 지휘자에게 주죠. 물론 지휘자는 연주자에게 공을 돌리지만 지휘자는 항상 그 상황에 감사해야죠.”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