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람·레지던시·교육 포괄
- 부산 자연환경 매력 느껴
- 서울 홍대서 망미동 이전

- “생활고 겪는 유망 작가들
- 널리 알리는 역할해야죠”

지난달 31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문을 연 ‘갤러리메이’의 콘셉트는 전시, 레지던시, 교육의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심 골목 안 오래된 주택은 새 단장을 거쳐 심폐 소생된 후 지역민을 위한 문화, 감성 수혈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인근에 있는 F1963,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부산, 아트부산 사옥을 중심으로 소규모 갤러리, 창작 공간, 카페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지역 문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임지은 갤러리메이 대표가 부산으로 이전한 배경과 앞으로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kimsh@kookje.co.kr

2015년 서울 홍대 앞에 개관한 갤러리메이는 명상(Meditation)과 상상(Imagination)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신진 작가들의 기획 전시를 위주로 한다. 최근 부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이전했다. 임지은(34) 갤러리메이 대표 겸 디렉터는 “2016년 아트부산에 처음 참가한 후 전시와 아트페어로 자주 부산에 오게 됐는데, 부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부산은 자연환경도 좋고 사람들도 개방적이다. 지난해 4월 마음에 드는 공간이 나와서 부산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3층 건물의 1층은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2층은 모임이나 클래스 공간 또는 소품과 소형 가구를 전시·판매하는 곳으로 사용한다. 3층은 작가 레지던시로 이용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재미있게 꾸릴 계획이다. 가구에도 관심이 많은데 서정화 작가의 한국적 감성을 지닌 가구와 곽철안 작가의 서예를 소재로 작업한 가구 등을 소개하고 싶다. 작가와의 만남, 퍼포먼스 등 문화 행사도 자주 열고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시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출신으로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임 대표는 2011년 갤러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전시 큐레이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래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전시를 열고 싶은 마음에 갤러리를 열었다. “전시 기획을 직접 해보고 싶었는데 갤러리 직원으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젊을 때 해보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갤러리를 오픈했죠.”

임 대표는 갤러리 오픈 후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 미술시장에는 젊은 작가들이 설 곳이 드물어요. 그러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작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도 전에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부산에서도 지역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최근 미술계에선 소규모 갤러리끼리 연합해 작가와 작품을 공유하고 함께 전시를 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갤러리메이 역시 개관전으로 다음 달 10일까지 LA의 백아트 갤러리와 함께 한국의 중견 작가 박영하, 미국 LA에서 활동 중인 조나단 카셀라의 2인전을 연다. “메이저 갤러리에 비해 작은 갤러리들은 공간, 작가, 컬렉터 등 모든 면에서 약할 수밖에 없는데 함께 뭉치니 기획력이나 파급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뜻이 맞는 갤러리와 함께 참신하고 개성 있는 전시를 열 계획이에요.”

프랑스 페로탱 갤러리의 창업자 에마뉘엘 페로탱이 롤모델이라는 임 대표. 페로탱 갤러리는 10년 전 창고에서 시작해 지금은 우수 작가들을 보유한 세계 정상급 화랑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아트페어, 작가 미술장터 등 미술시장 유통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화랑’ 본연의 역할을 돌아보고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좋은 작가와 전시라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페로탱처럼 훌륭한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갤러리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