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대표 3명 부산대 선후배
- ‘김기사앱’ 출시 626억 매각

- 판교에 액셀러레이터 설립
- 보육스타트업 33% 부산업체
- “지역 창업 인프라 특색 없어”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불렸던 김기사앱을 출시해 626억 원의 매각 신화를 썼던 창업주 3명(박종환 김원태신명진)이 경기 성남시 판교에 액셀러레이터 ‘김기사랩’(국제신문 지난달 31일 자 14면 보도)을 열었다. 김기사랩 박종환(48) 공동대표는 25일 “세 명 모두 창업가 출신으로 기존 액셀러레이터와 차별화해 후배 기업인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창업 인프라가 여물지 않았던 시절 창업하며 아쉬웠던 부분을 액셀러레이터 활동으로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기사랩 박종환 공동대표가 25일 부산지역 스타트업에 풍부한 경험과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세 명의 김기사랩 공동대표는 부산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전공 대학원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신 대표와 김 대표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전공했고, 박 대표는 인공지능(AI) 공부를 마쳤다.

이후 세 사람은 창업계에서 ‘굵직한’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가 2000년 위치 기반 서비스 스타트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했고, 나머지 두 사람이 합류했다. 포인트아이는 2006년 상장했고 2008년 매각됐다. 창업 6년 만에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세 사람은 ‘김기사앱’으로 유명한 ‘록앤올’을 2010년 설립했다. 록앤올은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기록하며 2015년 다음카카오에 626억 원에 매각됐다.

박 대표 등 세 명의 대표는 다음카카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2월 퇴사했다. 박 대표는 “퇴사한 후 동료와 진로를 고민했다”며 “공통으로 꼽은 어려웠던 부분이 있는데, 과거 창업 당시 이끌어주는 선배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창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액셀러레이터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기사랩은 부산지역 스타트업을 수도권 창업 인프라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달 1기 보육프로그램에 선정된 9개 스타트업 중 3곳(브이드림 백스테이션 티라움랩)이 부산지역 스타트업이었다. 판교에 사무실을 차린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좋은 인재가 많고, 무엇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활동하며 쌓은 인맥이 많기 때문이다. 이전 직장이었던 다음카카오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박 대표는 “부산과 서울의 창업 인프라를 연결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이번에 뽑은 부산지역 스타트업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실력 위주로 보육 스타트업을 뽑겠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지역 스타트업을 우선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선 국내에서 규모를 키운 뒤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사랩은 보육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매김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김기사랩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에도 선정됐다. 액셀러레이터가 1억 원을 투자하면 팁스 프로그램에서 5억 원의 투자를 매칭하는 구조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좋은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는 게 좋다”며 “이번 운용사 선정을 바탕으로 서울 유명 벤처캐피털(VC)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주일에 한두 번 부산을 방문한다. 이번에 선정된 스타트업 멘토링을 위해서다. 부산을 자주 찾다 보니, 지역 창업 인프라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박 대표는 “지역 창업 인프라는 여전히 공간 제공 정도에 머물러 특색이 없다”며 “창업 인프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네트워크다. 민간에서 국내외를 아우르는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