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최연소 조리명장 올라
- 명절마다 中 찾아 요리 공부
- 연구 매진… 후학 양성도 힘써

- “인재유출 막을 교류의 장 필요
- 지자체·교육 당국 지원 절실”

서정희(52) 대한민국명장회 부산지회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릴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앞두고 대회 홍보와 활성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중식 조리명장으로서 전국 각지에 있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직업 진로 특강을 하는 한편 각종 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빙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경남정보대 호텔외식조리계열 교수이기도 한 그는 방학을 이용해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강의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반겨 주시는 분들을 보며 요리사에 대한 인기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실감해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대한민국명장회 서정희 부산지회장은 “임기 동안 각 분야 명장들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민철 기자

서 지회장은 지난 1월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명장의 모임인 대한민국명장회 부산지회장으로 추대됐다.

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이들이다. 15년 이상 산업 현장에서 종사해야 하고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및 면접까지 통과해야 한다.

대한민국명장은 1986년 처음 제정돼 고용노동부에서 매년 선정한다. 현재 전국에서 97개 분야에 640명의 명장이 활동 중이다. 그는 한복·석공예·자수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27명의 부산 명장을 2021년까지 이끌어야 한다. 서 지회장은 “각기 다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모이다 보니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 부산의 명장 중 나이로는 막내 격인 만큼 다른 명장들을 더 자주 찾아뵙고 힘을 합쳐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지회장은 2012년 국내 최연소 조리명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중식에 입문해 2005년 부산 최초로 조리기능장을 따냈다. 이후 중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요리 연구에 매진했다. 한국 중식조리사 최초로 중국 북경과 상해에서 만한전석 황제요리를 터득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남다른 감각은 ‘팔보오리탕’ ‘새우녹즙면말이칠리’ ‘참마튀김’ 등 3개 요리에 대한 특허로도 이어졌다. “명절마다 중국에 가서 요리 공부를 했는데 주변에서는 화교라서 고향에 가는 줄 알더라고요. 중국어로 된 요리책을 읽으려고 중국어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 지회장은 한국 중식의 매력으로 ‘창조’를 꼽았다. 중국에서는 한국 된장과 비슷한 색깔의 첨면장을 쓰는데 한국에서는 검은색의 춘장으로 바꾸어 써 새로운 요리가 탄생했다. “짜장면은 1890년대 인천을 통해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중국 본토와 대만의 요리까지 접목한 새로운 중식이 한국에서 탄생한 셈이죠. 한국인의 창조성이 빚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15년 경남정보대 교수를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쓴다. 조리명장이 자리를 잡자 학과의 위상이 높아져 조리계열 인원이 전체 학과 중 두 번째로 많다. 경남정보대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유니테크 사업 조리 분야에 선정돼 교내 조리시설도 현대화하면서 우수한 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와달라는 제의가 있었지만 요리 인생을 시작한 부산에서 내가 가진 기술을 전수하고자 했다. 부산의 요리 인재가 대부분 서울로 향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부산 명장의 역량을 지역에 널리 퍼뜨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명장이 한데 모여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회관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그는 “명장의 능력과 경험을 더 활용하고 명장의 교류를 위해서는 기술전수관을 포함한 회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명장이 지역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교육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