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현충원장으로 6년간 근무
- 유엔공원 등 보훈시설 큰 감명
- 백두산함 의미도 높게 평가해
- 아픈 전쟁의 역사 반복 않도록
- 호국으로 국가 경쟁력 높여야

“‘보훈’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권율정 부산보훈청장은 부산의 독립운동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권율정(57) 부산보훈청장은 부산에 산 지도 딱 한 달이 됐다. 업무차 부산에 온 적은 있지만 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충만해 무엇이든 배우고 외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권 청장은 부산을 열심히 공부한 끝에 반쯤은 ‘박사’가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지역을 알려면 먼저 공간을 알아야 한다. 이기대 태종대 부산항대교 등을 돌아보며 부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보훈청장으로서 본 인상적인 공간으로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꼽았다. 특히 유엔기념공원은 부산에 부임하기 전 개인적으로 두 번이나 찾을 정도로 감명 깊은 곳이라고 전했다. 권 청장은 또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함이자, 6·25전쟁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북한 해군을 물리친 백두산함의 의미도 높게 평가했다. 권 청장은 “부산에는 우리가 기려야 할 소중한 보훈시설이 많다”면서 “이 의미를 시민에게 더욱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국가보훈처에서 34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국립대전현충원장으로 근무한 6년3개월이 공직 생활의 백미였다고 했다. 권 청장은 “보훈처 내 여러 보직을 거쳤지만, 현충원장 근무 경험이 가장 큰 자산으로 남았다. 보훈의 가치를 많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충원장을 지내면서 보훈이 ▷국민 통합의 장 ▷국가 통일의 장 ▷국가 경쟁력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먼저 ‘국민 통합의 장’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보훈이다. 권 청장은 “현충원에 안장된 국가유공자 중 6·25전쟁 등으로 인한 전몰 유공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분들은 ‘우리 지역만 지키자’고 싸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다. 이 국가 유공자들을 기리고 공훈에 보답하는 것이 보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통일의 장’은 분단된 대한민국이 통일 국가로 나아가게 하는 보훈이다. 권 청장은 “1945년에 해방된 이후 5년도 채 되지 않아 같은 민족끼리 피를 흘렸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던 전쟁 영웅의 정신에 보답하는 길이 곧 통일의 길”이라고 말했다. ‘국가 경쟁력의 장’에 대해서는 “나라가 힘이 없으면 주변국과 열강 사이에 휘둘리며 전쟁이라는 참상이 벌어진다. 다시는 전쟁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보훈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청장은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부산 독립운동을 알리는 데도 힘쓸 계획이다. 그는 “박재혁 의사, 박차정 의사, 안희제 선생과 같은 부산 출신의 걸출한 독립운동가가 많다”면서 “이들의 업적뿐 아니라 부산에서 일어난 민초의 독립운동 역사를 항일운동기념관 등을 통해 널리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사전에 취임사는 있지만 이임사는 없다. 지난날을 회고하기보다 ‘있을 때 잘하자’는 주의다. 부산보훈청장으로 있는 동안 소신 있는 공직관과 국가관으로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북 장수 출신인 권 청장은 1985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제2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국가보훈처 인천보훈지청장, 대전지방보훈청장, 보훈심사위원장, 제19대 및 제22대 국립대전현충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로 거쳤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