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마운드가 팀 부진 원인
- 야수들 수비력도 크게 떨어져
- 10년 전 에너지 되찾기 시급
- 구속 향상하는 훈련기구 도입
- 2군선수 경기력 향상에 노력”

“롯데 자이언츠는 계속 제 심장에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기쁘고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해 강한 투수진을 만들고 싶습니다.”

	페르난도 아로요 롯데 투수 육성 총괄코치는 지난달 중순 입국해 무너진 롯데 마운드를 재건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페르난도 아로요(67) 투수 육성 총괄코치는 지난달 29일 인터뷰 직전까지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2군 투수들에게 투구 동작을 가르치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세심히 지도하는 모습은 10년 전 그대로였다. 2008년부터 2년간 롯데 1군 투수코치를 맡았던 그는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롯데 야구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 무너진 롯데 마운드를 재건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한국에 입국해 투수 육성 총괄코치를 맡아 또 한 번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아로요 총괄코치는 “당시 선수였던 임경완이 지금은 투수 코치를 맡고 있는 것을 보니 반가웠다”며 “10년 전 우리 팀은 많은 것을 이뤄냈기 때문에 롯데에 영입 제안을 받고 기뻤다. 특히 최근 롯데 성적과 투수진 기록이 좋지 않아 더욱 내가 도울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롯데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무너진 마운드가 큰 원인을 차지한다.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로요 총괄코치는 “올해 롯데는 감독과 단장이 사퇴하면서 팀에 리더십을 보여줄 인물이 없는 것 같다”며 “야수들의 수비력이 떨어져 투수들이 더욱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전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 아래에서 ‘노 피어(No Fear)’ 정신으로 똘똘 뭉쳤고 이는 상위권 성적으로 이어졌다.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노 피어 정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아로요 총괄코치는 “롯데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10년 전의 에너지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매주 로이스터 전 감독과 통화와 문자로 소통한다는 그는 “로이스터가 한국 복귀에 관심 있는지 잘 모르겠다. 현재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고등학교 야구팀 감독으로 있다”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아로요 총괄코치는 주로 2군 투수들을 개인별로 평가하고 육성 계획을 수립·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최근까지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미국야구연맹이 주관하는 PLAY BALL시스템에서 피칭 코치로 활동했다.

이번에 롯데에 합류하면서 그는 ‘암트랙(ARMTRAK)’이라는 기구를 가져왔다. 암트랙은 투수들이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가질 수 있게 도와 구속과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장비다. 아로요 총괄코치는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릴리스 포인트다. 이는 공을 던지는 메커니즘과 연계돼 있는데 아직 롯데 투수들이 이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계속해서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도 제시했다. 그는 “투수는 경기 도중 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도 일정한 동작으로 매번 똑같이 던질 수 있는 일관성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또 최소 3개 구종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선수단과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투수와 관계된 훈련은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10년 전 장원준 등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킨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감이었다.

아로요 총괄코치는 “2군 선수 중에 1군에 올라갈 선수들이 있다.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과 경기에 접근하는 방법 등을 전수할 것이다. 모든 것이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