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장애·자폐 돕는 첫 시설
- 그들 권익 위해 5년째 헌신
- “집단생활은 관리편의 위한 것
- 각자 집서 생활토록 바꿔야
- 부산도 서울처럼 제도화해야
- 주변인 인내심 갖고 지원을”

‘나누고 사랑하고 함께하는 모임’. 나사함의 뜻이다. 2009년 설립된 나사함발달장애복지관(부산 남구)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국 최초의 복지관이다. 발달장애인 회원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나사함 아카데미, 주간보호센터 등을 운영한다. 하루에 120~150명의 발달장애인이 복지관을 이용한다. 처음 세워질 때는 편견을 가진 일부 주민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어느 동네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적은 곳이 됐죠. 발달장애인이 길을 잃어 엉뚱한 가게에 들어가면, 싫어하거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 복지관으로 데려다줍니다. 직접 부딪쳐보는 게 편견을 깨는 데 제일입니다.” 김유라(55) 관장의 말이다.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김유라 관장은 발달장애인이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선임기자

한국은 장애를 15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발달장애는 지적 장애와 자폐를 아우르는 말이다. 2017년 기준 약 24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으며, 부산은 1만4000여 명 수준이다. 발달장애인은 장애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유형 중 하나다. 김 관장은 “겉으로 봤을 때 발달장애인은 알아서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도 있고, 외출할 때 옷을 입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이 화장실에서 뒤처리가 가능한지 묻지 않고, 여름이면 여름옷, 겨울이면 겨울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지는 안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인활동지원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기 일쑤라고 한다.

2015년 취임한 김 관장은 강원도가 고향이다. 1990년 경남 양산의 한 정신보건센터에 사회복지사로 부임한 뒤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가기 위해 일했다.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일상적인 삶을 누리려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성인이 되면, 그 이후의 삶은 자율적으로 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고 사랑도 하는 게 삶인데,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곳에 모아두고, 관리하기 쉬운 방식에 맞춰져 살아가게 됩니다.” 수많은 장애인이 탈시설(장애인 시설을 벗어나 자립적인 삶을 도모하는 것)을 꿈꾸는 이유다.

발달장애인에게는 혼자 사는 연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자립할 수 있는 거주 공간, 혼자 사는 ‘팁’을 알려줄 매니저, 생계 수단 등이 필요하다. 김 관장은 “탈시설을 위해서는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수다. 집을 마련해주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은 직업재활센터 등은 준비하고 있지만, 집을 마련해 주는 제도는 없다. 반면 서울시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계획을 세워 2022년까지 260호의 주택을 짓기로 했다.

김 관장은 ‘질적 성장’만큼이나 ‘양적 확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복지관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달리 말하면 청소년과 장년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고, 세대가 다른 이들끼리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 한다는 뜻”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발달장애인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은 가족도 버린다는 말이 있죠. 오랜 시간 동안 온 가족이 한 사람에게 매달려야 하니 지치는 겁니다. 하지만 방향이 올바르다면 인내심을 갖고 지원해야 합니다. 장애인도 예쁜 여자, 멋진 남자를 좋아하는 똑같은 인간입니다. 나를 믿고 사랑해준다는 믿음만 준다면 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