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 지역모습 담아보자는 취지

- 물만골·금련산 등 직접 다녀

- 토박이 애정으로 책 펴내

- 자갈치시장의 속살 담고

- 소한 두모포 역사도 기록

-  “내 고장 알리기에 보람찼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부산에 대한 애정을 가진 소설가가 다시 쓰는 부산이야기. 그가 쓴 소설의 원형이 된 부산과 부산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소설가 배길남(45) 씨가 최근 여행에세이 ‘하하하, 부산’을 펴냈다. 그가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부산 진남로, 금련산, 물만골, 기장시장 등 부산지역 곳곳을 혼자 또는 지인들과 함께 다니면서 쓴 수필 18편이 실려있다. 모두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수다와 입심, 지역성을 듬뿍 퍼담은 글이다. 

“2017년 초 ‘책읽는 저녁’이라는 출판사를 새로 시작한 김남영, 전성욱 두 평론가가 먼저 제안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두 사람은 부산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쓰는 부산, 부산 사람도 잘 모르는 부산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것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이 책은 실패 없는 부산 여행지를 소개하기 바쁜 기존 여행가이드북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야 하는 곳이 목적지가 아닌 길 이야기, 길 위에 펼쳐진 풍경과 사람들, 삶을 담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물만골에서 길을 가는데 마을회관으로 통하는 길을 만나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부산 소설계에 탁월한 이야기꾼’인 배 작가가 안내하는 부산은 기억 저편으로 밀려난 파편들을 다시 호명한다. 

매력적인 사진들로 장식된 지면은 아니지만,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추억 속 부산의 모습을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이에 반해 더디 가는 어느 풍경 같은 곳이다. 

그는 “진남로 끝자락 재개발 지역 같은 부산의 독특한 풍경을 독자와  살펴보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의 소설 작품은 대부분 부산을 배경으로 했다. 2013년 출간한 첫 소설집 ‘자살관리사’에는 범일동, 문현동, 동천, 초량왜관 등 부산의 지명이 등장한다. 지난해 낸 ‘짬뽕 끓이다 갈분 넣으면 사천짜장’에도 익숙한 부산 사투리가 나온다. 이번 책에도 소설의 배경이 된 지역이 등장한다. “대부분 발길 닿는 대로 지역을 정했는데 남구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남구 지역을 주로 다루긴 했어요.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자갈치시장 같은 곳도 이면을 보고 부산의 원형을 찾고 싶었어요. 기장읍 두모포라는 곳은 400년 전 일본의 왜관(倭館)이 있던 자리인데 이처럼 부산에 살면서도 잘 모르는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역사도 담았어요.”

배 작가는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남구 대연동에서 자랐다. 경성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단편 ‘사라지는 것들’로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는 ‘자살관리사’(2013)와 ‘짬뽕 끓이다 갈분 넣으면 사천짜장’(2018)이 있다. 부산작가상(2014)과 부산민족예술인상(2012)을 받았다. 내년에는 7년 전부터 준비 중인 두모포 초기 왜관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부산을 사랑하는 소설가가 바라본 부산’이라는 타이틀로 부산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소설이 아닌 여행에세이는 제게 새로운 시도였는데 이야기꾼으로서 내가 사는 고장의 모습을 소개하는 게 보람 있고 재밌었어요. 부산 이야기만은 아닌, 누구든지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지금은 북구청에서도 지도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부산을 알리고 싶어요.”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