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해~양양 노선 운항 시작
- 부울경서 강원도 여행 불편 해소
- 코로나 이후 국내선 공급 확대
- 틈새 역발상으로 수요창출 전략

국내 중견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최근 김해공항과 강원 양양공항을 잇는 ‘하늘길’을 열었다. 티웨이항공은 다른 항공사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틈새’를 찾아 ‘역발상’으로 수요를 견인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최근 티웨이항공 본사에서 만나 취항 배경 등에 대해 들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김해~양양 노선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그는 “3, 4년 전부터 이 구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부산·울산·경남에서 강원도로 가려면 교통이 매우 불편했다. 또 제대로 된 항공편도 없었다. 마침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비행기는 갈 곳이 없었다”며 “하루 왕복 네 편(편도 8편)을 신청했고 김해공항 슬롯 사정 때문에 세 편을 운항하게 됐다. 적어도 서너 편은 운항해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노선에는 다른 항공사가 취항한 적이 있지만 운항편수가 적어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부산과 강원도의 매력에 대해 “강원도는 사계절 변화가 뚜렷해 여름에는 단체로 설악산 등산을 할 수 있고 고성 DMZ 관광이나 젊은이들의 서핑 수요가 있다.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스키 수요나 설경 관광 수요 등도 있다”며 “부산은 또한 동북아시아의 큰 도시로서 일본과 대만에서 오려는 사람이 많고 부산은 바닷가와 먹거리 매력을 갖고 있다. 강원도민의 부산 여행이 증가할 여지도 많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난달 26일 취항 당일 양양공항을 찾았는데 강원도는 과거와 달리 개발이 많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양양공항 인근의 ‘서퍼비치(해변을 이용한 레저공간)’에서 굉장히 많은 젊은이가 서핑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집은 부산이고 근무지는 강원도여서 그동안 이동하기에 많이 불편했는데 운항해줘서 고맙다’는 ‘칭송 레터’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지난달 29일의 ‘부산지역 강원관광 설명회’에 정 사장과 함께 참석했던 우병렬 강원도 경제부지사 자택도 부산이다. 부산 출신의 군인들도 이 노선을 이용할 것으로 티웨이항공은 예상한다.

정 사장은 타 항공사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노선을 개척한 경험이 많다. 앞서 정 사장은 2014년 국제선이 없던 대구공항을 제 2허브로 삼고 대구공항 활성화를 견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부산으로 가느냐, 대구로 가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부산은 매우 치열한 시장이어서 후발주자로 들어가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할 우려가 컸다. 그래서 대구로 눈을 돌렸다. 대구 진출 이후 해당 지역의 해외 여행수요가 많이 발굴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108만 명에 그쳤던 대구공항의 연간 이용객 수는 4배 이상 늘었다.

정 사장은 임직원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CEO로 유명하다. 비서를 두지 않는다. 그는 “항공업계가 어려운데 이를 극복하는 방식 중 하나가 의사결정을 빨리 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나에게 보고할 때 파워포인트 만드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한다. 또 각 본부장에게 권한을 많이 위임했고 나의 결정이 필요할 때에는 회의실에 모여 바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양양 구간 역시 타 항공사도 검토했지만 실행이 빨랐던 곳은 티웨이항공이었다. 티웨이항공은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선 공급 증대를 서둘러 지난 2분기에는 국내선 수송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그는 티웨이항공의 매력에 대해 “잘 되는 맛집은 싸고 맛있고 양이 많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일본의 해외여행 조사기관 리크루트 라이프 스타일이 꼽은 ‘가성비 1위 항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부산 온천장에서 태어난 정 사장은 금정중·동래고를 거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비교정치학)을 졸업했다.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했고 티웨이항공에서는 201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