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 따라 골프장 갔다 입문
- 방과후 하루 5~6시간 훈련 매진
- 올해 블루원배 등 4개 대회 우승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실외골프연습장인 마산골프랜드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 한 소녀의 꿈이 영글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이끌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창원시 마산무학초등학교 6학년 이효송(13) 양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곳을 찾아 하루 5~6시간씩 훈련에 매진한다. 이곳은 경남대가 운영하는데 이 양의 장래성을 알아본 대학 측이 언제든 와서 운동할 수 있게 배려한 훈련장이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선두 주자로 꼽히는 마산무학초등학교 이효송 양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양은 올해 열린 제4회 문화체육부장관배와 제38회 블루원배 전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등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출전=우승’이라는 공식을 만들고 있는 이 양에게 따라 붙은 수식어가 ‘골프 신동’ ‘골프 천재’ ‘제2의 박인비’ 등일 정도로 큰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그는 “주변의 많은 관심과 기대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일단 대회에 나가면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에 늘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껏 즐기는 마음으로 골프를 마주해야 할 어린 선수가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해 안타까운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양은 이런 부담감조차도 어느 정도는 즐기면서 대회에 나설 만큼 초등학생답지 않은 단단함을 보였다. 효송 양은 “대회에 나가면 최대한 편하게 공을 치려고 노력한다. 저 자신을 편하게 해야 성적이 더 잘 나오기 때문”이라며 마음가짐을 들려줬다.

할아버지 이승배(71) 씨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던 2016년 6월 초등학생 2학년 당시,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우연히 골프채를 잡아 본 것이 어린 소녀의 천재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효송 양은 “무작정 골프채로 공을 쳤는데 앞으로 나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연습장을 나와 집에 왔는데도 자꾸만 공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할아버지를 졸라 결국 골프 배우는 걸 승낙받았다”고 골프 입문 과정을 설명했다.

골프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부터인데 불과 1년 후, 4학년 때 출전한 13개 대회에서 전승을 거두며 골프계를 뒤집어놓았다. 5학년이던 지난해에도 국내 1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여자골프계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는다.

효송 양은 여자 프로선수 못지않은 드라이브 거리를 자랑한다. 시합에 나가면 평균 220~230ｍ의 비거리를 낸다. “연습할 때는 힘껏 휘두르면 270ｍ까지 나와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아이언을 잘 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이 안 맞으면 연습을 더 하기보다는 한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는다. “공이 잘 안 맞는 건 타이밍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 좋은 타이밍으로 연습하기보다 좋은 타이밍을 찾아내기 위해 휴식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방식 같아요.” 그가 알려준 자신만의 연습법이다.

학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이 양에게 공부와 골프 중 더 어려운 것이 뭔지 묻자 지체 없이 “골프가 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집으로 올 때는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서는 초등학생다움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그 말속에서 골프를 정말 사랑하고 더 잘하고 싶은 절실함이 묻어났다. 골프 국가대표상비군 중 유일한 초등학생인 효송 양은 “박인비, 전인지 프로를 좋아한다. 가장 큰 소원이라면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 여자 프로선수가 모이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