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 컨설팅 통해 사전 분쟁 예방
- 노사 소통해 사내규정 명시해야
- 고용유지 방안 더 많은 고민 필요

“코로나19에 따른 변화는 선례 자체가 없는 완전 새로운 세상이다. 이에 맞춰 달라진 노동 환경에 대비하려면 노사의 소통이 필수이고, 일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근로기준법도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한라노무법인 박상명 노무사가 14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최근 코로나19로 달라진 노동 환경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14일 부산 금정구 한라노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명(49) 노무사는 최근 코로나19로 달라진 노동 환경과 노무 업계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긴 기업의 비대면 근무 및 유연근무제 도입 등에서 불거진 문제에 업무를 집중하면서 업계 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노무사는 특히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났는데 휴게시간, 업무 개시·종료 시각, 연장근로 등을 노동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박 노무사는 “52시간 초과 근로가 될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미리 소통해 사내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근로기준법이 좀 유연하게 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강행 규정인데 틀에 맞춰져 있다 보니 노동 현장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근로기준법에 단서 조항을 다는 방식 등으로 유연하게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생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 노무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과거에는 노사 갈등이 터지면 이를 봉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도 2005년 현재 노무법인을 개업한 뒤 초기엔 이런 형태의 문제를 겪고 찾아온 개별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많이 했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좋은 추억도 많다. 10년이 넘은 낡은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이 6, 7년간 경비 일을 하면서 못 받은 3000만 원 정도의 수당을 사업자로부터 함께 받아 내기도 했다. 이후 이 경비원이 새로운 의족을 착용하고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박 노무사는 아직도 그의 환한 웃음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이처럼 노사 문제가 터진 뒤 해결하기 보다 노무 컨설팅을 통해 사전에 분쟁을 예방하는 추세로 노무 관리의 트렌드가 변화했다. 특히 코로나19시대에 노사 간의 갈등을 줄이고 상생하려면 결국 평소 어떻게 노무 관리를 하는지가 핵심 포인트인 셈이다. 한라노무법인도 요즘은 개별적인 사건보다 노무 컨설팅을 주로 다룬다. 그는 기업, 노조 등으로부터 의뢰받아 매년 40~50건 정도의 노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박 노무사는 “과거에는 노동자가 회사에서 주는 대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지 의문을 품는 노동자가 많아졌다”면서 “노무사들도 과거에는 임금을 못 받는 등 단순 사건을 주로 처리해왔지만, 이제는 한 기업의 노무 컨설팅을 통해 각종 회사 내부 제도를 개선한 뒤 노동자와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터진 뒤 권익을 구제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기업 입장에서도 노무 관리가 투명해진 만큼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등 장점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코로나19 속 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국민에게 주는 정부의 긴급재난 지원금보다 고용유지지원금이 더 절실함을 강조했다. 그는 “결국 고용이 유지돼야 국민이 생활을 이어가고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또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실직한 뒤 국가 지원금 몇 푼 받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에게 준 지원금으로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살리려는 것보다, 어떻게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에 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