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구 거주하는 10대 청소년
- 부산 지역·연령층 중 자부심 최고
- 세대간 간극 가장 큰 곳은 영도구

‘우리 지역의 자부심 ○○아파트’. 이런 식의 아파트 광고는 뭔가 이상하다. 아파트는 그저 누군가 사는 집일 뿐이다. 누군가에겐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파트를 한 가정의 자부심 정도가 아니라 우리 동네의 자부심으로 부른다. ‘마음의 틈새’ 지표(국제신문 지난달 1일 자 1면 등 보도)를 보면 저런 광고를 ‘과장 광고’로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오재환 부산학연구센터장이 부산 사람의 자부심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자신이 실제 거주하는 환경과 별개로, 본인이 사는 지역이 ‘좋은 동네’로 불리는 곳이라면 부산시민으로서 갖는 자부심도 컸다. 부산연구원 오재환(55) 부산학연구센터장에게 ‘마음의 틈새’ 지표에서 나타난 현상의 의미를 물어봤다.

지표에서 부산 사람들이 시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은 지역·세대 두 요인에 의해 좌우됐다. 월 소득, 성별, 거주 형태, 고용 안정성 유무 등 일반적으로 사회통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요소들은 자부심과 별 상관관계가 없었다. 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낸 곳이 해운대구와 사하구였다. 월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사하구 사람보다 한 달에 100만 원을 못 버는 해운대구 사람이 더 큰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특히 해운대구 10대의 경우 부산의 모든 지역·연령층 중 가장 높은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오 센터장은 “10대 20대에게 물어보면, 부산의 여러 산업단지 중에서 임금과는 무관하게 센텀산단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다른 산단에 비해 많다. 밥값이라든지 직장 근처에서 써야 할 돈은 센텀산단이 더 비싼데도 그렇다”며 “이들에게는 임금보다 주변 시설이나 환경이 주는 만족, 소비에서 느끼는 만족이 더 크고, 그런 지점을 채워주기엔 센텀산단이 더 좋다는 ‘인식’이 있는 거다”고 말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해운대 사람들은 누가 ‘어디 사세요’ 물어보면 ‘부산 삽니다’고 답하지 않는다. ‘해운대에 삽니다’고 말한다. 해운대가 부산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부(富)의 관점에서도 부촌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사람들은 그런 외부의 시선에 응답하는 것에서 만족감이나 자부심을 드러낸다. 해운대가 상징하는 요소들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합치하는가와는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지점으로부터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지는 한 공간 안에서도 크게 나뉜다. 영도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표에서 영도구는 세대 간에 커다란 자부심 간극이 놓여 있었다. 대단히 높은 자부심을 가진 50~60대와 매우 낮은 자부심 수치를 기록한 10~20대로 나뉘어 있다. 오 센터장은 “영도구는 마을 자체의 공동체나 자생적 축제가 발달해 있다. 영도와 주변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50대 60대는 이 같은 환경이 익숙하기 때문에 만족의 정도가 높다 생각한다”며 “다만 영도구민의 삶은 현재 많은 변화를 보이는 중이다. 개발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뉴딜사업, 혁신사업 등이 들어가고 있다”며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설명했다.

‘좋은 동네’라는 인식은 때때로 정책적 소외를 불러오기도 한다. “금정구 연제구 동래구는 별다른 특징 없이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정책적 소외지가 이런 곳들이 아닌가 싶다. ‘문화 향유’ 등의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이 지역들은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아무래도 이 지역은 중산층이 몰려 사는 주거지역이라서 학군이나 학교를 따지며 이동해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약점이 있어도 학군에 대한 만족도가 남아있으니 참아지는 것 같다”고 오 센터장은 덧붙였다.

끝으로 오 센터장은 “부산 사람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보편적인 방안이 있을 수 없다. 지역과 생애주기에 맞춰 특화된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시민의 생활을 면밀히 분석해 그들의 욕구에 맞는 세밀한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부산 모든 지역이 해운대구처럼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2004년 부산연구원(당시 부산발전연구원)에 입사했다. 지난 7월부터 사회·문화실장 겸 부산학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