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군 별 의견수렴 기회 늘리고
- 불법무역 적발 포렌식 장비 도입
- 전문인력 양성 등 사람에도 집중

“부산본부세관이 부산 울산 경남지역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본청에 전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명구 부산본부세관장이 28일 피플, 프로세스, 파트너십, 플랫폼 등 4P를 임기 내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취임한 지 한 달만인 28일 만난 이명구(51) 부산본부세관장은 부산에 와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플랫폼(Platform) 만들기를 꼽았다. 일명 ‘지역 경제혁신 플랫폼’이다. 지역의 부산상의 무역협회 선박협회 등의 건의사항을 수렴해 본청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이 세관장은 “부산상의를 통해 터키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FTA(자유무역협정)의 원산지 검증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음을 알게 돼 이를 지원할 수 있었다”며 “세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업군별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강조하는 파트너십(Partnership)과도 관련이 깊다. 다른 부처와 협업하면 이뤄낼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에 부산상의 부산항만공사뿐 아니라 끊임없이 협업기관을 발굴해 세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성실한 기업은 통관을 빨리 시키고, 불법을 일삼는 업체는 철저히 단속하는 등 프로세스(Process)를 개선하는 것도 그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이에 부산세관은 수입신고 전후에 각각 실시하는 화물검사와 수입검사를 통합해 운영하는 시스템을 북항 신선대부두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세관장은 “화물검사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고, 수입검사는 검사가 단편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합치면 정확성도 기하면서 제대로 검사를 할 수 있다”며 “업체의 건전화를 유도하면서 세관행정도 간소화할 수 있어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법무역에 대한 증거를 잡기 위한 포렌식 장비를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사람(People)에 집중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피플, 프로세스, 파트너십, 플랫폼 등 ‘4P’가 융합되면 세관 업무도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며 “임기 내내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세관장이 4P에 집중하는 것은 관세 세무조사가 주된 업무인 서울본부세관과 달리 부산본부세관은 전통기능인 항만감시와 수출통관지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그는 “부산본부세관의 지난해 세수는 14조5000억 원으로 전국의 22%를 차지하는 등 단일 세관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부산에 맞는 정책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을 강조하는 그는 서울본부세관장 재직시절에는 매일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달리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하프 마라톤에 여러 차례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딱딱한 신발을 신으면 사고도 딱딱해지는 것 같다. 아직은 직원들이 어색해하는 것 같아서 참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딱딱한 세관행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에서 행정학과 석사를, 영국 버밍엄대에서 경제학과 박사를 마쳤다. 행정고시 36회에 합격한 뒤 관세청에 임용됐다. 2012년 7월 부산세관 통관국장을 지낸 그는 관세청의 정보협력국장, 자유무역협정집행기획관, 통관지원국장 등 주요 보직을 맡은 뒤 2018년부터 대구 서울 부산의 본부세관장을 잇따라 맡고 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