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부당 해고 후 노동운동
- “정년 2개월 남았지만 포기 않고
- 많은 해고노동자에 희망 되고파“

“제 복직은 단순히 회사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길었던 노사 갈등을 끝내고 우리 사회에 새로운 노사 화합의 장을 열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습니다. 이 땅에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거리에서 맴도는 수많은 해고 노동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더욱 힘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복직운동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1986년 대의원 대회에 다녀온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렸단 이유로 회사에서 일방 해고된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그 뒤로 회사 땅을 밟지 못했다. 그동안 함께 해고됐던 이들이 복직해 다시 회사 정문을 걸어 들어갈 때도 그는 영도다리 위에 있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리고 싶었던 작은 열망이 지난 35년간 그의 발목을 붙잡을 줄은 그조차 몰랐다. 올해 정년으로 이제 약 2개월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그는 여전히 한진중공업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당시 회사 안엔 이렇다 할 화장실도 식당도 없었습니다. 개선을 요구하는 제 모습이 회사엔 눈엣가시였겠죠. 대의원 대회 후 조합원에게 나눠준 유인물은 저를 해고시키기 위한 좋은 명분이었죠.”

김 지도위원은 당시 대의원 대회 내용을 요약한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부산시 경찰국 대공분실에 끌려가 갖은 폭력을 당하며 세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후 회사는 그를 3차례 부서 이동시켰고 사실상 자발적으로 퇴직하도록 압박했다. 쓰레기가 가득 찬 폐건물에 책상만 덩그러니 있기도 했고 회사 내의 동선은 계속 감시당했다. 그의 버티기에도 결국 1986년 7월 14일 인사명령 불복종으로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은 “당시 전두환 정권 아래 사회 분위기상 모두가 획일적인 목소리를 내야 했고 다른 목소리는 위험한 선동으로 취급됐다”며 “해고 당한 뒤 노동운동에 더욱 눈을 떴고 힘을 보태고 싶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309일간 타워크레인에 올랐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외로운 싸움은 계속됐다. 함께 해고됐던 박영재, 이정식 씨는 2006년 1월 복직 결정돼 회사로 돌아갔다. 유일하게 김 지도위원만 예외였다. 2008년에는 사측이 매월 200만 원의 생계금을 지급하는 대신 출근은 안 하는 조건을 제안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의 복직 문제는 최근 국회 국감에서도 다뤄질 만큼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다행히 여야 의원 모두 김 씨의 복직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조만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공동 촉구문을 낼 계획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사측의 결단뿐이다. 그는 “그동안 회사는 갖은 변명을 대며 복직을 미뤄왔다. 부당해고된 것을 바로잡으라는 것인데 여전히 시대 정신을 못 읽고 있어 답답하다”며 “이제 복직해도 출근은 2달도 채 하지 못한다. 그저 회사 식당에서 동료와 밥 먹고 예전 동지들이 일했던 곳을 돌아보고 싶을 뿐이다. 내게 일어난 불행을 이제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