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과 산화철을 갈아서 적절한 비율로 섞은 뒤 고온 불꽃으로 점화하면 2500도의 고온이 발생해요. 비율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남해해양경찰청 이덕규 경사가 자신의 발명품 ‘와이어 절단장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단정한 헤어 스타일까지 누가 봐도 늠름한 자태의 특공대원이 아령이나 무기 대신 한 손에 비커, 또 다른 손에는 유봉(재료를 빻는 막대)을 쥐었다. 본인이 발명한 ‘와이어절단장비’에 적용된 핵심 원리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해양경찰청·경찰청·소방청·특허청이 공동 주관한 ‘2021 국민안전 발명 챌린지’에서 이 발명품으로 은상을 받은 남해해양경찰청 특공대 이덕규(39) 경사다.

‘와이어 절단 장비’는 궁금증에서 시작해끈기로 완성됐다. 궁금증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포에서 근무하던 이 경사는 불법조업을 일삼는 외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대형 경비함정을 타고 지원을 나갔다. 이 무렵 불법조업 외국 어선은 현측에 쇠창살과 철망을 두른 데다 와이어까지 추가로 설치했다. 이로 인해 해경은 단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톱날과 산소절단기를 사용했지만 절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무엇보다 와이어가 절단될 경우 끊어진 파편에 대원들이 다칠 위험도 있었다. ‘안전하고 빠른 절단기는 없을까?’ 잠자리에서 방법을 고민하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고민했던 방법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 경사는 “산화철과 알루미늄이 만나 고온이 발생하는 ‘테르밋 반응’을 찾았다. 실용성을 위한 소형화 과정에서 반응의 효율을 높여야 했는데, 입자의 굵기와 비율에서 막혔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진동파쇄기를 개발하는 업체 연구원과 화공과 교수에게 자문해 황금 굵기와 비율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 경사는 이미 동료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국민안전 챌린지’에서 4년 연속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다. ▷휴대용 방폭장비(1회 금상) ▷퀵 릴리즈 조끼(2회 은상) ▷레스큐 펜(3회 동상) ▷와이어 절단장비(4회 은상) 등 발명품은 모두 국민과 동료의 안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특허에 등록된 이 경사의 발명품은 민간 기업으로 기술이 이전돼 지금까지 8억 원을 벌어들였다. 기술 이전비는 국가에 귀속된다. 이 경사는 “동료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라며 “기술 이전비는 국민안전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2년 연속 상금 전액을 순직한 동료의 가족에게 기부했다. 2016년 삼척 초곡항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객 1명이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에 나선 동해해양경찰청 특공대 소속 김형욱 경위와 박혁권 경장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 경사는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잊힌 동료들의 희생을 시민에게 알리고, 따뜻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발명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금 이 순간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국민과 동료의 안전을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김민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