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올레길이나 기존에 개통한 지리산 둘레길을 보면 대체로 큰 고도차 없이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논과 밭 사이로 지나가거나 강을 따라 걷는 편안한 길이었다. 그저 조금 떨어져 가끔 보이는 지리산 조망을 하며 부담 없이 걷는 길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통한 하동 구간은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 험한 산길이 합쳐져 그동안의 둘레길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길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 소개하는 지리산 둘레길 원부춘~가탄 구간은 대축~원부춘 구간과 비슷하게 큰 고도차를 오르내리는 데다가 앞뒤로 긴 콘크리트 임도를 걸어야 해 걷는 재미나 조망의 즐거움에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완전히 연결하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코스를 잡은 느낌도 든다. 다만 화개 지역을 걷는 일부 구간만큼은 잘 가꾼 차밭을 지나면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전체 구간이 12㎞를 넘어 다소 긴데다가 해발 200m대를 출발해 800m 넘는 곳까지 올랐다가 100m대로 내려간 뒤 다시 300m대 후반 되는 지점까지 올랐다가 100m가 채 안 되는 곳으로 내려가 마무리하는 코스라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특히 중간의 산길 구간을 전후해서 지나는 지루한 임도에서는 대체로 그늘이 없어 햇볕이 따가운 계절에는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또 산길 구간도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운 곳이 많아 무릎 보호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 고도차 최고 600m 이상 오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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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형제봉 활공장 갈림길 지난 뒤에 나오는 전망대에서 지리산 주능선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둘레길만 따라가다 보면 기막힌 조망 지점을 놓치고 지나갈 수 있다. 왼쪽 맨 뒤의 능선이 주능선이다. |
이번 원부춘~가탄 코스는 하동군 화개면 원부춘마을의 마을회관 앞을 출발해 임도를 따라 형제봉 패러글라이더 활공장 방향으로 올라간다. 배나무골을 거쳐 임도 사거리~임도 고개 지리산 조망대~806m봉~중촌마을~도심마을~녹차밭~정금마을~대비마을~임도~백혜마을을 거쳐 가탄마을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거리는 12.5㎞ 정도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휴식시간을 포함하면 5시간 30분~6시간 걸린다.
원부춘마을을 출발해 가탄마을로 향하는 지리산 둘레길의 출발점은 원부춘마을회관 앞이다. 부춘골 계곡을 옆에 끼고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그늘이 거의 없는 길을 잠시 걸어 오르면 지통사 갈림길이다. 이곳을 지나면서 뒤를 돌아보면 섬진강 건너 광양의 산들이 시야를 꽉 채운다. 6~7분 오르면 아스팔트 포장이 끝나고 콘크리트 포장한 임도로 이어진다. 이후로 산길로 갈라지는 지점까지 계속 콘크리트 임도를 걸어 올라야 한다. 10분가량 더 가면 배나무골이다. 이정표에 '활공장 7.0㎞'라 돼 있다. 여기서 100m쯤 가면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왼쪽 길은 계곡 건너 사찰로 간다. 잠시 뒤 '둘레길 화장실'이 서 있고 이후로 경사가 조금 누그러진다. 10여 분 더 올라가면 부춘골 물길과 헤어져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든다. 곧 상수원보호구역 안내문이 나타나고 철망 담장 옆 물탱크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 이후로는 지루한 임도를 갈지자로 오가며 올라간다. 군데군데 비에 콘크리트임도 아래가 파여나간 곳이 보인다. 40분가량 햇볕과 그늘을 번갈아 지나며 오르면 사거리가 나온다. 정면으로 계속 올라가면 활공장이고 지리산 둘레길은 왼쪽으로 가는 평탄한 흙길이다. 사거리 오른쪽에 있는 계곡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왼쪽으로 들어서 100m가량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고개에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둘레길은 왼쪽으로 이정표(원부춘마을 4.11㎞, 가탄마을 8.69㎞)가 서 있는 곳 아래 산길로 내려간다.
◇ 해발 800m서 200m대로 지루한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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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m봉에서 중촌마을로 가는 가파른 계단길을 취재팀이 내려가고 있다. |
여기서 산길로 내려서기 전 임도를 따라 30m 정도 더 가면 이번 구간 최고의 조망이 펼쳐진다. 임도가 이어지는 곳 뒤로는 삼신봉에서 세석으로 가는 남부능선이, 그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그림 같이 이어진다. 첩첩의 능선 맨 뒤에 칠선봉과 왼쪽으로 반야봉, 송신탑이 있는 노고단이 보인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 이정표가 선 곳에서 돌계단을 내려서면 여기서부터는 시원한 그늘 속이다. 지능선을 따라 새로 다듬은 길을 걷는다. 15분가량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으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길가에 '山'이라고 새겨진 작은 시멘트 기둥이 서 있다. 잠시 평탄한 길을 걸어 무덤이 있는 806m봉에 올라서면 갈림길이다. 진행 방향으로 봐서 10시 방향엔 능선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둘레길을 조성하며 자른 산죽으로 입구를 막아두었다. 둘레길은 1시 방향 나무계단으로 내려간다.
이후로는 40여 분 동안 내내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800m대에서 200m대까지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는 만큼 길은 가파르다. 이번에 새로 다듬은듯한 둘레길은 급경사가 이어지며 내내 나무계단을 밟아야 한다. 무덤에서 20분 정도 내려가면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3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소나무 숲길에 농작물에 손대지 말라는 둘레길 안내판이 나타난다. 곧 밤나무밭을 지나면 '하늘호수 차밭'이란 찻집이 있다. 여기선 녹차와 커피, 컵라면 등을 판매한다. 찻집 아래 50m쯤 내려가면 둘레길은 또렷한 길 대신 왼쪽으로 꺾어 풀이 덮인 좁은 길로 집 사이를 돌아간다. 집을 돌아가면 '중촌마을' 둘레길 이정표가 있고 이후로는 너른 콘크리트길로 내려간다.
◇ 중촌~도심~정금마을 길 그림같은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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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마을을 지나 정금마을로 가다 보면 잘 가꾼 녹차밭을 지난다. |
중촌마을에서 내려가는 길은 계곡 양쪽 곳곳에 녹차 밭이다. 25분 정도 내려가면 길을 유의해서 찾아야 한다. 촘촘하게 이정표가 서 있는 둘레길에서 드물게 길이 헷갈리는 곳이다. '신촌도심길 75호' 재실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갈림길이지만 이정표가 없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계속 내려가면 30m 아래에 다리를 건너기 전 아스팔트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가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름으로 된 이정표는 이전의 둘레길 이정표가 빨간색과 검은색 화살표로 방향을 표시해 둔 것과 달리 화살표에 '도심촌'과 '쌍계사'라고 적어두었다. 혹시나 이 이정표가 보인다면 가탄으로 가는 지리산 둘레길을 벗어난 것이므로 뒤돌아가야 한다. 재실 앞 삼거리에서 왼쪽 임도로 들어서면 잠시 뒤 바닥에 둘레길 표시가 있다.
10분가량 콘크리트 임도를 걸으면 이정표가 선 고개 사거리다. 멀리 하동대교와 화개천이 보인다. 둘레길은 정면 내리막이다. 여기부터는 녹차밭의 멋진 풍광에 지겨운 임도길의 피로가 풀리고 눈이 시원해진다. 잘 가꾼 녹차밭이 산 아래 화개천까지 비탈을 가득 메우고 있다. 5분가량 가면 아스팔트 도로와 만나는 정금마을 삼거리다. 이정표를 보면 가탄마을까지 아직 3.99㎞가 남았다. 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다시 오르막을 탄다. 체력적으로 부치거나 시간이 빠듯한 사람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간 뒤 화개천을 건너 하동으로 가는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둘레길은 왼쪽으로 그늘 없는 가파른 아스팔트길을 올라간다. 대비노인정이 있는 대비마을을 지나 20분 정도 오르면 대비암에서 아스팔트길이 콘크리트 임도로 연결된다.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길을 400m쯤 가면 오르막이 끝나고 가탄마을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40분 내려가면 백혜마을이 나오고 아스팔트길을 10분 내려가서 왼쪽으로 가탄마을로 들어서는 임도로 접어든다. 가탄마을회관을 지나 5분 정도 내려서면 가탄마을 입구에서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이정표로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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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만든 탐방로 이정표. 둘레길과 연결돼 무심결에 따라갈 수 있다. |
지리산 둘레길은 일반 등산 코스나 비슷한 제주도 올레길에 비교해서 이정표가 꼼꼼하게 설치돼 있다. 그 덕분에 처음 찾는 사람이라도 들머리만 잘 찾아서 출발하면 이후로 구간 중에는 길이 헷갈려 고민할 일이 거의 없다. 골목골목 돌아갈 때 헷갈릴 만한 곳엔 어김없이 이정표가 서 있다. 반면에 갈림길이나 빠질 만한 곳이 없는 등산로에서는 이정표를 보기 어렵다. 한 예로 무덤이 있는 806m봉에는 삼거리에서 기존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둘레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베어낸 조릿대로 이 등산로를 막고 새로 만든 둘레길로 발걸음을 유도한다. 이처럼 기존 등산로가 갈라지는 지점에는 조금 더 품을 팔아 안내를 해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도심마을에서 녹차 밭을 거쳐 정금마을로 가는 지점에는 이정표가 빠져 있어 혼란을 준다. 답사 당시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없고 수십 m 더 간 지점에 이번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둘레길 개통에 맞춰 연결한 '국립공원탐방로' 이정표가 서 있다. 앞서 갈림길에 원부춘~가탄 간 이정표가 없는 상태에서 이 탐방로 이정표를 보고 따라가기에 십상이다. 갈림길에 가탄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워야 답사객의 헛걸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산길을 지나는 둘레길에도 틈틈이 이정표를 세우고 번호 등으로 지점 표시를 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의 사고가 난다면 자신의 위치를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소방서 등과 협력해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이정표를 둘레길 산길 구간에 세울 필요가 있다.
# 교통편
- 가탄마을선 화개 가서 하동·부산으로
지리산 둘레길 원부춘~가탄 구간의 출발지인 원부춘마을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 일단 하동까지는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오전 7시부터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소요시간 2시간 30분, 요금 1만800원. 하동에서 원부춘을 들렀다가 화개로 가는 버스는 오전 6시30분 1대밖에 없어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 화개에서 원부춘을 들렀다가 하동으로 가는 버스도 오후 3시5분에 1대 있다. 택시를 이용하려면 하동터미널 맞은편에 택시 대기소가 있다.
가탄마을에서는 일단 화개로 가야 한다. 화개에서 가탄으로 가는 버스가 오전 8시, 10시50분, 낮 12시25분, 오후 2시30분, 5시, 6시에 있으며 10분 정도 걸려 가탄에 온 뒤 되돌아나가니 화개 출발 시각을 참고하면 된다. 택시를 이용해 화개로 간 뒤 하동이나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도된다. 화개 택시 (055)883-2332, 883-2240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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