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의 전수일 감독이 히말라야 현지 촬영 때 겪은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전수일 감독(경성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의 새 영화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는 그렇게 마음도 몸도 완전히 방전되어 버려 탈진한 한 남자가 히말라야에서 '새로운 빛'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때로는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때론 먼지와 모래뿐인 황량한 고원에서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읽게 한다.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로 올해 피프에 초청된 전수일 감독은 어느 해보다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GV) 2차례, 주연배우 최민식과 함께 참석한 야외행사 '아주담담', '바람이 머무는 곳,…' 파티. 그렇게 바쁜 전 감독을 피프 현장에서 만났다.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는 이번 피프에서 꽤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 상영관 개봉 일정이 잡혀있나.

▶내년 3월 국내 상영관 개봉을 목표로 일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만든 '검은 땅의 소녀와'를 내년 3월 프랑스에서 상영할 예정인데 그뒤 '바람이…'도 개봉할 계획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후 '검은 땅의 소녀와'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거의 1년마다 작품을 내고 있다.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하는 것은 '기적'에 비유될 만큼 힘든 일인데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요즘 작품 활동이 활발하다.

▶사실 부산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특히 제작비의 투자와 조달이 모두 서울에서 상업성 있는 영화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제작비를 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애로점이다. 그러나 계속 만들다 보니 조금씩 길이 넓어진다. 부산영상위원회의 프로젝트나 장비 대여를 비롯해 부산 또는 전국 차원에서 부산 영화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생각보다 많고 그것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관심을 끄니까 국내외의 투자도 조금씩 받고 있다.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도 전체 제작비 6억 원 중 3억 원을 중국 존보미디어에서 투자받았다.

-영화가 인상적이다. 아름다움과 황막함을 동시에 간직한 히말라야와 마을 풍경, 주인공 최(최민식)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것만 비췄는데도 많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첫 장면, 최민식의 열연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애초 최민식 씨를 주연으로 염두에 뒀지만 접촉하는 과정이 엇갈려 다른 배우를 점찍었다. 근데 뒤늦게 영화내용을 접한 최민식 씨가 영화를 꼭 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이미 결정된 사항들이 있었기 때문에 변경하기 힘들었지만 최민식 씨 측에서 워낙 강한 의욕을 보여왔기 때문에 어렵게 고쳐서 진행했다.

-막다른 곳에 내몰린 한 남자가 히말라야에서 보낸 며칠을 통해 '새로운 빛'을 찾아낸다는 점을 말없이(이 영화가 대사가 극히 적다), 오래(이 영화는 한 장면을 오래 찍는 롱테이크가 많다), 때로 흔들리는 시선으로(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헬드 방식으로 모든 장면을 찍었다) 보여준다.

▶몇 해 전 방콕공항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무작정 갔던 곳이 히말라야다. 그 뒤 몇 번 더 여행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떠올렸다. 배우 최민식 역시 몇 년 작품 활동과 공식 활동을 중단하면서 간절하게 자신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 했고 어딘가 떠나고 싶어했다. 그렇게 조건이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네팔은 영화 찍기 어려운 곳이었다. 해발 3300m 지점에서 시작했고 마을이 있는 자르고트는 4500m였다. 고산병에 최민식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고생을 했다. 그래서 힘든 장면 촬영은 자연스러웠다. 40여명 스태프가 경비행기 2대, 헬리콥터 1대로 이동하면서 매우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부산 영화 제작 현장의 깃발을 들고 계신 셈이다. 차기작 계획은.

▶영화제가 끝나면 곧 새 작품 '영도다리' 촬영에 들어간다. 10대 청소년 그리고 미혼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보고 싶다. 겉만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가 아닌 진짝 부산의 깊은 속살을 담아내는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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