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구를 탐하지 말라" 구청장 고령화의 속사정

- 공천권 가진 국회의원들

- '지역구 잠재 경쟁자 배제'

- 퇴직 관료·광역의원 선호

'63.81세 대 57.76세'. 부산 16개 구·군 단체장과 서울 25개 구청장의 평균 연령이다. 부산이 무려 여섯살가량 많다. 이는 기초 단체장의 공천이 사실상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향후 자신의 지역구를 노릴 잠재적 경쟁자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 대신 퇴직 관료나 자신을 잘 따르는 광역의원 등을 선호해 빚어진 결과다.

부산 시민은 6·4지방선거를 통해 '업그레이드 부산'에 맞는 '새 시대, 역동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의 여야 정치권이 '세대교체'를 부산 선거의 화두로 잡은 것도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16일 본지취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부산 16개 구·군 단체장의 평균 연령은 63.81세로 서울(25개 자치구·57.76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부산 기초단체장의 연령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다. 60세 이상이 12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중 8명이 65세 이상이었고 70세 이상도 3명에 달했다. 40대는 한 명도 없었고 50대는 4명에 불과했다.

이위준(연제·71) 연제구청장이 가장 나이가 많았다. 이어 조길우(동래)·이종철(남구·이상 70), 김은숙(중구·69), 어윤태(영도구)·하계열(부산진구·이상 68), 황재관(북구·67), 배덕광(해운대구·65) 구청장 순이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배 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청장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구청장직 수성을 원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40대 3명, 50대 13명, 60대 8명, 70대 1명으로 구청장들이 연령별로 고르게 분포했다. 60, 70대가 대부분인 부산과 대비된다. 

부산 구청장들의 고령화는 사실상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구청장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 도전'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있어 '이기는 공천'을 명분으로 퇴직 공무원 또는 고령 시의원 공천을 선호한다. 또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국회의원들의 텃밭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초단체장들의 고령화 추세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초단체장 고령화는 그동안 구정의 연속성과 안정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관리형 행정으로 지역 행정의 역동성이 떨어졌고 지역 발전을 능동적으로 견인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단체장의 연령대가 고르고 조화롭게 분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정치권이 세대교체를 부산 선거의 화두로 잡은 만큼 역동적인 부산에 걸맞게 기초단체장들도 지금보다 젊고 참신한 인물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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