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진출 문 더 좁아져 여성계 '부글부글'

부산 여야가 6·4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역습'에 직면했다. 새누리당의 '여성 우대' 방침은 부산 의원들의 반발로 대폭 후퇴가 확실시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창당 작업에만 정신이 팔려 '여성 배려'는 뒷전이다. 부산 여성계는 19일 여성 우선 공천 축소 움직임과 관련, 새누리당과 국회를 항의 방문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 때보다 후퇴

새누리당이 부산 3곳에 여성을 우선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들고 나온 데는 야권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여성 카드'로 맞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와 함께 2010년 6·2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된 '경선 시 여성 20% 가산점' 제도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추위)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면 경선 불복을 막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여성 우선 공천 원칙도 흔들리면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인 지방선거에서 여성 배려는 더욱 후퇴하게 되는 것이다. 부산여성총연대 조정희 공동상임대표는 18일 "가산점도 없애고 여성 우선 공천도 안 하겠다는 것인데 여성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광역의원과 비례대표 기초의원 공천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여성 우대 방침이 지켜질지 미지수다.

■내 지역은 안 돼

새누리당의 부산 여성 우선 공천 원칙인 '2(중구·사상구)+1'이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은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공추위는 당초 지역 선정을 위한 기준으로 여성이 출마한 지역이나 현역 단체장이 불출마한 곳으로 정했다.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부산시당이 밝힌 후보자 접수현황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면 중·사상·남구(여성 출마), 강서·동래(현역 단체장 불출마), 해운대(여성 출마 및 현역 불출마) 등 6곳이다. 하지만 공추위가 중구와 함께 여성 우선 공천 지역으로 결정한 사상구가 보류되면서 원칙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 지역구인 사상구를 보류한 만큼 다른 여당 의원 지역구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져 해당 지역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한 부산 의원은 "지역 사정을 모르는 중앙당 공추위가 원칙 없는 잣대로 부산 여성 우선 공천 3곳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이라며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이 5곳인데, 절반도 안 되는 부산에 3곳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초선들은 아직 지역에 정착하지 못했다"며 "여성 우선 공천이 필요하다면 지역 기반을 닦아놓은 중진 지역구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당내에서는 '경선 개입'을 위한 정지 작업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내 지역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결국 공천에 관여하겠다는 의사 아니냐"고 비판했다.

■부산 기초단체장 최소 3곳 보장 요구

정치권에서는 여성 공천을 확대하고 싶어도 인물이 없고 경쟁력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공모결과 여성이 기초단체장 선거 공모에 응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정치권이 남성 중심의 공천을 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여성들이 아예 정치 참여를 안 했다"며 "여성의 인물난을 탓하기 전에 새누리당의 공천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부산지역에서 여성구청장이 배출된 것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 남구 전상수 전 구청장이 처음이었다.

여성계는 경쟁력 부족에 대한 지적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부산 여야가 여성의 본선 경쟁력 조사를 해보지도 않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다. 

부산여성뉴스 유순희 편집장은 "현재 부산에 2명의 여성 구청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더 퇴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신청한 지역 등을 추가로 선정해 최소 3곳은 확보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