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해용 예비비에서 편법 지출
부산 연제구와 구의회가 내년 6월 4일 치러질 지방선거 준비금(7750만1000원)을 예비비에서 편법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제구와 구의회는 힘겨루기로 내년 6월 지방선거 240일 전인 이달 9일까지 법정경비인 지방선거 준비금을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입금하지 못하다가 지난 10일에야 올해 예비비에서 빼내 편성했다고 21일 밝혔다.
부산 지역 16개 구·군 중 법정경비인 지방선거 준비금을 본예산이나 추경예산이 아닌 예비비에서 편성하기는 연제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구청과 의회의 엇박자로 불가피한 지출 발생 요인이 아닌데도 예비비를 부적절하게 지출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비비는 재해나 인구 급증으로 인한 사업비 부족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측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지출 발생 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이다.
지난 4일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방선거 준비금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시선관위는 연제구청과 구의회를 방문해 "전국적으로 선거 준비금이 아직 납부되지 않는 기초단체는 연제구밖에 없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구청과 구의회가 또다시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시민 혈세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의회와 일부 의견이 맞지 않은 부분은 있었지만,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구는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추경이 늦어져 법정기한 내 집행이 안 됐다. 삭감할 사안이 아니며, 늦어도 이달 9일까지 제대로 납부돼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해 예산안 통과를 예상했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회 관계자는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경비이므로 올해 추경 편성에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당시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시선관위 측은 "필수 예산은 사전에 준비하는 게 행정의 기본"이라며 "만약 12월 본예산 산정 때 불의의 사고로 선거 준비금이 반영되지 않으면 연제구만 선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며 구와 의회의 신중하지 못한 선거예산 처리를 꼬집었다. 중앙선관위는 이달 말까지 내년 선거예산을 확보하도록 각 지자체 선관위에 지침을 내려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