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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인이 10일 오후 부산대 1사범관 306호 강의실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 정년 남았지만 교육법 따라
- 31년 재직한 교수직 사퇴
- "주눅들지 말고 뚝심가지길"
- 제자들 "아쉽지만 응원"
"오늘은 마지막 수업입니다. 출석부터 부르고 시작하겠습니다."
10일 오후 부산대 1사범관 306호 강의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인은 그렇게 '교수 김석준'의 마지막 강의를 했다. 과목은 사회학. 수강생 70여 명은 강의 시작 전부터 대부분 자리를 잡고 앉아 김 교수를 기다렸으며,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강의를 진행했다.
김 당선인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1983년 9월 1일 부산대 사상 최연소(당시 26세) 교수(일반사회교육과)로 임용돼 강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교육법에 따라 만 31년간 재직했던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년은 8년이 더 남았다. 김 당선인은 "교수 생활 31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강의여서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교육감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당선인은 지난 2월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이후 단 한 번도 강의를 거르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의 시장 선거와 두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학기에 맡은 강의는 학부(3학점)와 대학원(3학점), 대학원 논문 지도다. 이날 강의에 출석한 전병제(18·1년) 씨는 "선거운동 등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데 부담이 많았을 텐데, 강의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사범대 교수로 재직하다 보니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제자도 많다. 김 당선인은 "제자 중 현직 교장과 교감을 포함해 170여 명이 교단에 있다. 부산에는 100명 정도다. 우리 학과 외에 내 강의를 들은 다른 학과 제자까지 합치면 수백 명은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들 제자가 앞으로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 큰 우군이 될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과의 소통에 많은 도움을 받고 싶다. 오는 9월 시교육청 전문직 인사 때도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의가 끝날 즈음 한 학생이 새누리당 중심의 부산 정치 환경에서 진보 교육감으로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 당선인은 "최근 지인이 내 처지를 빗대 '사라호 태풍 때 오륙도에 날려와 얹힌 외로운 바위'라고 표현하더라. 어렵겠지만, 시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 정책을 밀고 가겠다. 시장과 시의원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시민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너무 많은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욕심은 없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당선인은 제자들에게 '젊음의 책임과 자세'에 대한 당부로 90분간의 '마지막 강의'를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젊음은 늘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힘든 것을 너무 과장하거나 주눅들지 마십시오. (힘들어 하거나 주눅드는) 그 순간부터 가능성은 없어집니다. 힘들더라도 당당하게 뚫고 나갈 뚝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옵니다."
강의실을 나서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김 교수의 강의를 더 들을 수 없어 아쉬워 하는 표정이었지만 김 당선인이 부산시교육감으로 부산교육을 혁신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