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국적자 1명이 올해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이 지난 11일 사법 당국자를 인용해 “간첩 범죄 수사 중 한국인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 언론에도 공개되었지요. 러시아에서 한국인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입니다.

필자가 촬영한 러시아 북한노동자 숙소.

체포된 한국인은 현지에서 북한노동자를 위한 사역 활동을 하던 백모 선교사로 알려졌는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 해답의 실마리는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충성의 외화벌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에 노동자를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미 국무부 연례 국가별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피견한 해외노동자는 5만~6만 명으로 추정되고, 이들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강제노역을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약 3만 명 정도의 인원이 파견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지역은 북한주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현장이지요.

그들은 무엇보다 현지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일명 ‘충성자금’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노예와 같은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지요. ‘당과 조국을 위한 충성자금 마련’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주요 과업입니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그들은 한 달에 1000달러 정도를 바쳐야만 합니다. 이 금액은 러시아 현지 물가를 고려할 때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요. 영하 40도에 이르는 극한의 추위에서 건설과 벌목 등으로 번 돈을 상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충성자금의 실체입니다.

러시아 체류 북한노동자들의 노동 실태에 관한 주요 쟁점은 노동시간을 비롯한 작업환경 문제입니다. 출퇴근 시간을 지킨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하고 이른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건설현장에 투입됩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건설현장에는 야간에 조명을 밝히고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북한노동자의 작업현장입니다. 러시아의 혹독한 날씨를 고려할 때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숙박을 하며 하루하루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 북한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을 직접 보고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하 30도가 넘는 한겨울의 러시아 추위에 난방이 되지 않는 창고와 같은 곳에서 스티로폼 하나가 그의 잠자리였습니다.

북한에 볼모처럼 잡혀 있는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북한으로 가야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남한으로 가고 싶다는 그들의 절규가 들려옵니다. 이번에 체포된 백모 선교사는 러시아 현지에서 바로 이같은 북한노동자를 지원하는 일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같은 동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생필품과 의약품, 옷가지라도 전하며 인도주의 활동을 한 것인데 간첩혐의라니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재 해외 파견 북한노동자들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폭동을 일으키거나 탈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북러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면서 북한 당국이 현지 노동자를 통제, 단속하기 위해 러시아에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북한 노동자로 대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결국 분단의 뼈아픈 현실이 누군가의 신변을 위협하고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그의 무사귀환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자국 국민을 끝까지 보호한다는 심정으로 외교적 노력을 다해 주시기를 우리 정부에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