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상 심어진 조경수인데 무차별적 가지치기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면 어떨까요? 최근 해운대 지역 이야기입니다. 한 상가 앞에는 가지가 잘린 채 몸통만 남은 수령 26년 된 아름드리 네 그루가 통나무 조각 같은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또 다른 상가 앞 나무도 같은 모습입니다.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아름답다고 느껴지던 나무들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입니다.

22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상가 앞 느티나무 4그루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몸통만 남은 모습. 김민정 기자

건축법은 200㎡ 이상 대지에 건물을 짓는 건축주는 대지 용도·건축물 규모에 따라 조경 기준치를 충족해야 합니다. 이 나무가 볼썽사납게 된 건 관리하는 곳에서 간판, 창문 등을 가리고 전봇대와 가까워 위험하다는 이유로 가지치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몸통만 남긴 채 가지를 잘라 외양이 흉측해졌고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자체는 나무가 고사할 경우 상가가 건축법상 충족해야 할 조경 비율 기준을 맞추지 못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환경단체 등은 새로운 나무에 의해 조경 비율이 맞춰진다 하더라도 이미 훼손된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최근 무분별한 가지치기가 해운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상가 건물 앞과 다수 아파트 단지 내 수목도 비전문가에 의해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조경수 가지치기가 반복되는 것은 현행법상 제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가로수와 달리 건축주가 심은 조경 수목은 사유재산이어서 가지치기에 대한 별도 허가 및 처벌 규정이 없다고 합니다. 지자체는 시 관련 조례에 따라 조경수 상태를 살펴보고 있으나 인력 등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과도한 가지치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경수목 같은 도시의 나무는 많은 역할을 합니다.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해 주고 미세먼지를 줄여줍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공공재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도시의 나무를 다시 보고 보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