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옛 도심 중구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1998년 부산시청이 중앙동 시대를 마감하고 연제구 연산동으로 옮긴 것을 비롯해 해운·금융 기관이 부산신항과 문현금융단지 등지로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걷습니다. 부산의 대표 상권이었던 남포동~광복동 상권도 예전만 못하죠.
중구는 땅이 매우 좁기도 합니다. 총면적이 2.83㎢인데요. 부산 전체(771.31㎢)의 0.37%밖에 안 됩니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기초지자체라고 하네요. 부산에서 중구보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동’도 여럿 있습니다. 중구의 인구는 2010년(이하 12월 기준) 4만9442명에서 2022년 처음으로 4만 명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엔 3만7537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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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995년 11월 1일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인구주택 총조사에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국제신문 DB |
이런 중구가 반격을 시작합니다. 현재 첫째 30만 원(일시금), 둘째 60만 원(20만 원씩 3개월), 셋째 300만 원(30만 원씩 10개월)인 출산장려금을 첫째건 둘째건 가리지 않고 무조건 아이 한 명에 1000만 원(연간 200만 원씩 5년)을 주겠다는 겁니다. 요즘 워낙 아기 울음소리가 귀하다 보니, 파격적 지원금을 주는 지자체가 늘긴 했는데요.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서 그렇게 하죠. 대도시에서 중구 같은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런 말도 나오죠. “어차피 전체 인구가 늘지 않는데, 지자체마다 서로 ‘사람 빼앗기 경쟁’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을 빼앗아 오든, 출산율을 높여 새로운 인구를 만들든 지역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몇 달 전 ‘뭐라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당 인구수를 가리키는 인구밀도 세계 순위에서 도시국가나 속령을 제외한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 4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1위. ‘단순 계산’만으로 적은 인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뭐라노’는 인구 자체의 부족보다 지역별 불균형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을 냈는데요. 지자체마다 사람이 없어 골치를 앓는데,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빽빽하게 몰려 사는 게 대표적 사례죠. 부산만 떼놓고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구나 옛 도심의 인구 부족 문제가 다른 곳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과 자본을 골고루 나눠야 지역이 살고, 대한민국이 살아납니다.
2019년 국제신문 지면에 소개된 경남 함양군 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전학 오는 가정에 집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교생에게 해외연수 기회와 장학금을 주는 엄청난 혜택을 내걸었죠. 전교생 10명으로 폐교 위기였던 이 학교는 결국 1년 만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 학급을 만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농촌의 인구가 늘고, 정말 오랜만에 신생아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바로 지역 분권과 균형 발전의 시각입니다. 중구의 이번 시도도 이런 측면에서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지난날 영광을 되찾고, 부산과 옛 도심의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