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대학 총장이 6일 “법보다 주먹이 가깝지 않냐”고 반문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부산대·전북대를 포함해 127개 국·사립대가 가입한 지역대학총장협의회는 이날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기자회견은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교육부가 브리핑룸 사용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하루 만에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장들이 브리핑룸 대신 기자실로 가려 하자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몇몇 대학을 접촉해 박 부총리와의 비공개 면담(8일)을 제안합니다. A 총장은 “여러 압력이 들어왔다. 박 부총리와의 면담도 언론에 공개하자고 했으나 비공개로 진행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지 않으냐”고 울분을 토하더군요. B총장은 “비수도권 대학이 얼마나 어려우면 성명서까지 내려 했겠느냐”고 한숨을 쉽니다.

국립대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교육부가 보조금이라는 ‘주먹’을 휘두르면 사립대는 휘청합니다. 권력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총장들이 얼마나 열불 났으면 단체행동을 하려 했을까요. C총장은 “정부가 수도권 위주로 반도체 학과를 증원하면 누가 지역으로 오겠나.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로 고통받는 우리는 죽으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D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균형 발전’을 선언하고도 교육정책은 여전히 수도권 위주다. ‘간담회 했으니 됐다’고 미봉책으로 마무리하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음주운전 전력과 ‘제자 갑질’ 의혹으로 비판을 받은 박 부총리는 지난 5일 취임식에서 “국민 눈높이” “겸손한 마음”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습니다. 비수도권 총장들의 기자회견을 막는 것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서 상생하는 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