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하지 않은 얼굴. 민낯. 언론은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본 빈곤과 불평등의 민낯”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간의 욕망과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 서양인들은 민낯을 드러내야 상대를 신뢰합니다. ‘마스크는 범죄자나 쓰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1988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아버지 부시는 세금인상 논쟁이 벌어지자 “증세는 없다. 내 입술을 보라”고 했다가 나중에 세금을 올려 ‘거짓말쟁이’라는 비판을 받았었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민낯을 드러내면 처벌 받습니다. 탈레반은 6일 사립대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아비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옷)와 니캅을 쓰도록 명령. “인권을 존중하겠다. 여성은 히잡을 쓰면 된다”던 약속을 한 달도 안돼 뒤집은 겁니다. 머리카락과 귀·목만 가리는 히잡과 달리 니캅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립니다. 탈레반의 니캅 착용 명령을 MZ세대 여성들이 따를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3일과 4일 수도 카불에서는 여성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으니까요.

중국은 얼굴을 사회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려 하는 듯 합니다. 쓰촨성 청두시는 최근 대중교통 승객의 신원 확인을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지하철 12개 노선 287개 역사에 설치된 스마트 승객 서비스 플랫폼은 마스크를 쓴 사람의 얼굴도 식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얼굴이 홍채나 지문처럼 개인정보 식별의 수단이 된 셈입니다. 탈레반의 여성 정책이 중세시대를 연상시킨다면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은 ‘빅브라더’ 사회가 도래했음을 경고하는 것 같아 섬뜩합니다.

부산의 거리두기가 3단계로 낮아지면서 초·중·고 등교 수업이 확대됩니다. 학력 격차를 걱정했던 학부모들은 반기는 반면 대면접촉으로 감염병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마음 편하게 민낯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니캅을 쓴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