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타트업 대표들은 지역에 기업을 설립한 이유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 스타트업 대표 95명 중 51명이 ‘부산에서 사업을 지속하지 않거나 떠날 고민을 한다.’,46명이 고민 중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뭐라노가 만나본 부산 스타트업 대표 6명 중 3명이 향후 서울·경기권으로의 본사 이전 또는 지사 설립을 고민한다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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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에서의 기업 활동을 고민한 경험이 있는 ‘너겟’ 이지원 대표, ‘미스터동’ 김동현 대표, ‘가이버스’ 김승훈 대표(왼쪽부터). 박세종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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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사의 지원을 통해 데스밸리를 넘긴 경험이 있는 ‘히어로웍스’ 이창주 대표. 박세종PD |
▶ 저희 기업이 어려울 때, 신용보증기금이라는 스타트업 벤처 투자 쪽에서 저희 기술력을 보시고 투자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이후 심사를 통해 지원을 받게 되었고 데스밸리를 무사히 넘긴 경험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드단계,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기업의 성장 수준에 따라 투자 단계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과 투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전국 벤처투자액 4조 8,668억 원 중 부산의 벤처투자액은 986억 원, 약 2% 남짓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데스밸리를 넘어서는 소수 기업만이 살아남는 것을 보았을 때, 그리고 그 해결책인 ‘투자’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울, 경기권은 기회의 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 부산시나 부산의 관련 기업으로부터 좋은 제안은 전무합니다. 오히려 서울에 있는 기업이라든지 정부 부처에서 ‘서울에 올라와라. 우리가 사무실이나 기왕이면 투자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이 온 적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오히려 대우를 해주고 오라고 그러는데, 안타까움이 있어요.
[이지원 너겟 대표]
▶ 여러 가지 인프라나 지원 사업이 수도권 쪽에 많이 몰려 있고, 인력을 뽑을 때도 사람들이 그쪽에 모여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분야에 계속 몸담는다면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력 구하기 역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특히 IT 분야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많은 보수를 제공하는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경기의 IT 기업은 6,713개로 부산, 울산, 경남의 777개보다 약 8.6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김승훈 가이버스 공동대표]
▶ IT 분야에서는 사람이 가장 큰 자본이거든요. 그런 인재가 대부분 부산보다는 수도권과 서울 쪽에 있습니다. 양질의 인력들이 부산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 있도록 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IT 개발)인력 유출이 수도권으로 많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실제로 개발자 같은 경우에는 정말 구하기 힘듭니다.
여기 오히려 타 지역 기업의 지사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프로젝트 단체가 있습니다. ‘모두의 부산지사’는 마이스부산 강석호 대표, 부산인가배 장윤창 대표, 패스파인더 김광휘 대표 3인이 합심해 추진한 프로젝트입니다. 더욱 눈여겨 볼만한 점은 3인의 대표 역시 스타트업 대표라는 점인데요. 현재 공유오피스, 비즈니스지원, 인재채용, 숙소 등을 업종으로 하는 다양한 부산 유망 기업이 함께 참여할 정도로 규모도 커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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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부산지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강석호 대표, 김광휘 대표, 장윤창 대표(왼쪽부터). 강석호 대표 제공 |
▷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요즘 워케이션(Work와 Vacation의 합성어)이라는 걸 많이 하지 않습니까? 타 지역에서 부산에 출장을 온다든지 장기 근무하러 오시는데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보면 부산에서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집니다. 부산에 지사를 만들게 되면 부산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서울이나 타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기업도시로서의 ‘부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부산은 아무래도 공공에서의 지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아직 좀 충분히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닏. 현재로서는 사실 수도권에 비해서 성장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좋은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다고 봅니다.
▷ ‘모두의 부산지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저희가 좋은 사례가 돼야 하니까 ‘모두의 부산지사’를 잘 활성화 시키고 이런 경험이나 사례를 타 지역도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나가면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 또는 아시아 지사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일도 되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부산시는 창업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많은 지원 사업을 펼쳤습니다. 그럼에도 탈 부산을 막을 수는 없었는데요. 수도권 집중화 현상 탓에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투자사, 인력 등의 인프라가 서울, 경기권에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스타트업의 탈 부산을 막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 2010년대 중반 이후를 보면 비수도권에서의 벤처기업 증가율이 엄청나게 떨어집니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되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인프라의 문제죠. 소위 화이트 칼라, 기술, 연관된 지식 기반 서비스, 생산자 서비스 이런 것들이 가장 가용이 편한 데가 대도시고,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곳이 서울이니까 그쪽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된 게 있고요.
하지만 부산은 아직 반등 기회가 몇 가지 남아 있습니다. ‘창업청’의 설립, 가덕신공항 개항, 2030월드엑스포 개최 등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대형 이벤트들이 추진 중에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개최되었던 평창올림픽, 여수 엑스포의 사례를 돌아 보았을 때, 대형 이벤트 개최 이후 사후관리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하기도 합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 부산 전역을 아우르는 큰 동남권 일대의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창업이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이게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창업 및 보육이 갖는 가장 큰 한계이거든요. 예를 들면, 평창 올림픽이 개최됐지만, 그 임팩트가 오래 가지 못하잖아요. 인프라를 업그레이드 시킨 건 사실이지만 지역 경제의 발전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거든요. 부산이 이런 메가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그 임팩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역 전반의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게 필요하고 주위로부터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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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를 진행 중인 부산 스타트업 ‘부바커’의 대표와 직원들. 오미래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