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이 가꾼 ‘경암숲’ 사라질라…LH 강제수용 ‘시끌’

양산 사송신도시 진입로 위해 1·2차 수용…“협의 없었다”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입력 : 2022-07-09 07:02:44

  
경남 양산 사송신도시. 2023년 연말 준공을 목표로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입니다. 사송신도시 바로 옆에는 ‘기부왕’으로 알려진 고(故 ) 송금조 이사장이 매입해 가꾼 ‘경암숲’이 있습니다.

현재 사송신도시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송 이사장이 설립한 경암교육문화재단이 경암숲 토지 수용을 놓고 법적 분쟁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뉴스레터 ‘뭐라노’가 다녀왔습니다.

경암숲의 나무 너머로 사송신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김태훈pd
사송신도시 면적은 276만6465㎡(83만7000평). 아파트 1만49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경암숲’은 고 송금조 이사장이 교육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40년 전부터 매입한 산림입니다. 송 이사장은 2003년 부산대에 305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경암숲 내 계곡이 흘렀던 자리가 말라있다. 김태훈pd
2007년 ‘사송 택지개발예정지구 사업’이 추진되면서 경암숲은 위기를 맞습니다.

LH는 2008년 경암숲 진입부 4만3900㎡를 수용한 데 이어 2018년 1만5889㎡(약 4800평)를 2차 수용한다고 경암재단에 통보합니다. 경암재단 측은 “LH가 2008년 1차로 토지를 수용하더니 토지 소유주의 반대에도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2차 토지수용을 강행했다”며 반발합니다.

[경암교육문화재단 한석용 사무국장] “강제 수용하면서 공탁 걸어놓고 소유권 자체도 다 빼앗아가 버려요. 통지 공고 이런 거는 그냥 주민센터에 서류 갖다 놨으니까 보고 싶으면 보라는 식이고, 사전 설명이나 동의도 없고….”

양산 사송 택지개발예정지구의 토지 수용 현황 .경암교육문화재단 제공
LH는 사송신도시로 연결되는 지상도로 건설을 위해 경암숲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최초 심의에서는 지하도로 건설을 검토했다가 개착식 지상도로로 바꿨다고 합니다.

경암재단은 토지 수용과 절개로 경암숲 입구가 막힌 것은 물론 습지와 계곡이 말라버렸다고 주장합니다. 또 교육체험공간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하는데요.

[경암문화재단 관계자] “5~6년 전 절개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예 물이 딱 끊겨버렸어요. 장마철 아니면 (경암숲) 물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말라버렸고. 도룡뇽이라든지 새라든지 토종 동물들이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아예 구경을 못해요.”

[경암교육문화재단 한석용 사무국장] “2차 수용하는 그 위치에 어린이 과학관과 박물관·미술관 건립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토지 수용으로) 진입로 자체가 없어지고요. 건축 계획이 있는데 다 방해를 받는 거죠.”

경암숲 초입에 토지수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팻말이 세워져있다. 김태훈pd
경암재단 측은 지하도로에서 지상도로로 바뀐 이유가 비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암교육문화재단 한석용 사무국장] “2013년 5월 감사원에서 지적한 내용이 있어요. (사송신도시 사업) 장기 미착공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서 금융 비용 748억 원이 들어갔거든요. 5번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서 지하차도가 아니고 개착식 도로로 만든다고 바뀌어버렸어요. LH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그런 방편으로 (2차 수용을 통보한 것이 아닌가)….”

반면 LH는 전문가 심의 과정에서 ‘지하차도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 지상도로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또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단절된 사송지구 양쪽을 잇고 향후 입주민 편의를 위해 지상 도로가 개설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양산 사송 택지개발예정지구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김태훈pd
현재 경암재단과 LH는 토지 수용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친환경 주거단지를 내세운 사송신도시는 기부왕이 40년간 공들인 경암숲과 공존할 수 있을까요? ‘뭐라노’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