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과 민간 영농조합법인이 협력해 만든 관광휴게소 ‘철쭉과 억새사이’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대통령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에 이어 경상남도 건축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해발 850m의 구름 속에 자리한 ‘철쭉과 억새사이’는 어떤 모습이길래 건축가들이 극찬하는 걸까요? 뉴스레터 ‘뭐라노’가 다녀왔습니다.
하루 평균 1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참나무 숲,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 장관이 연출됩니다. 높은 산 위에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 있어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덕분에 ‘영남의 금강산’으로 불리죠.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50선’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가회면 둔내리에서 황매산 정상까지 길이 잘 나 있어 가족 단위 산책 코스로도 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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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철쭉군락지에서 바라본 ‘철쭉과 억새사이’건물 전경. 이세영PD |
황매산군립공원의 랜드마크인 ‘철쭉과 억새 사이’는 약 135평의 터에 반원형으로 낮게 펼쳐져 자연풍광과 조화를 이룹니다. 지난해 2월 완공된 단층 건물의 중간 중간은 비워져 있어 사람, 바람, 햇빛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해발 1113m 높이의 황매산 정상에서 내려다봐도 자연과 하나된 모습입니다.
[임영환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2층, 3층으로 높게 짓는 것 보다 단층과 반원의 형태로 자연하고 인공의 경계를 둘러가며 경관을 훼손하는 것을 최소화 시킬 수 있고, 건축물이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들어 설 때는 가장 폭력성이 작은 형태로 들어서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계획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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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과 억새사이’의 통로 모습. 이세영PD |
‘철쭉과 억새사이’는 전문가들의 손길이 녹아 있습니다. 조경과 설계를 정욱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와 임영환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각각 맡았습니다. 콘크리트 뼈대에 철과 유리로 외관을 마무리한 것도 특징입니다.
임 교수는 “철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녹이 슨다. 자연이 색채가 변하듯 철도 시간이 지나며 녹슨다. 이런 것들이 자연의 변화와 잘 어울리는 건축 재료의 특성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철쭉과 억새사이’는 합천군과 영농조합법인 조합원 181명이 함께한 민관협력사업입니다. 민간 출자금 6억 8300만 원과 합천군 예산 9억 2700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본래 휴게소 자리엔 주민들이 운영하던 2층 규모 식당이 있었는데요. 자연과 어우러지게 카페와 식당을 새로 짓자는 데 합천군과 지역민들 의견이 모였습니다. ‘철쭉과 억새사이’가 공공건축물임에도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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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산림과 황매산관리담당 이재현 총괄이 ‘철쭉과 억새사이’ 건축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세영PD |
[정욱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합천이면 사실 시골이라 촌스러운 건 당연한데 ‘굳이 촌스러울 필요는 없어’그게 전반적인 방향이에요. 산이 갖고 있는 능력이 대단한데 그거를 잘 끌어다 써야지 (다른 조형물을) 갖다 놔서 부각시키는 것은 그렇게 대단히 좋아보이지 않다고 얘기를 했어요. 군립공원의 목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경관적인 특징, 한눈에 들어오는 큰 평야지대 같은 게 있고 이런 부분을 가장 강력하게 드러내는 그런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해서 (주민) 동의를 받은 거죠.”
웅장함과 화려함 대신 ‘자연에 대한 겸손함’을 강조한 ‘철쭉과 억새사이’. 황매산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일군 공공프로젝트가 힐링의 명소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이세영 PD lsy20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