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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부산 해운대구청 어귀삼거리 앞 도로에서 벤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행인 2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차량이 가게를 들이받고 멈춰선 모습. 부산 해운대구 제공 |
실제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 ▷2023년 3만9614건으로 점점 늘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2020년 20만9654건 ▷2021년 20만3130건 ▷2022년 19만6836건 ▷2023년 19만8296건으로 감소 추세인 것과 반대죠.
혹시, 이 같은 결과는 고령 운전자가 갈수록 많아진 탓에 나타난 통계 착시일까요?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수는 2020년 368만 명에서 지난해 474만 명으로 매년 약 26만 명씩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라노가 정말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이 높은 것이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연령대별 사고 건수를 각 연령층의 면허 소지자 수로 나눠 사고 비율을 계산해 봤는데요.
2023년 기준 사고 비율이 가장 낮은 연령층은 31~40세, 41~50세입니다. 각각 사고 비율이 0.44%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았죠. 면허 소지자 수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적은 20대 이하가 1.11%로 사고 비율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65세 이상으로 0.83%입니다.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이 높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책으로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가 있으나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지난해 전국 평균 반납률은 2.4% 수준이고, 부산 역시 3.5%로 미미합니다. 게다가 노인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오죠. 부산만 하더라도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거나, 갈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부산보다 인구수가 적은 지역은 버스도 많지 않고, 도시철도도 없으며, 택시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모든 지역이 수도권이나 광역시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거동이 점점 불편해질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고령 운전자를 고위험군으로 보고 일률적으로 면허를 반납하게 할 수는 없죠.
김만호 동의과학대 자동차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를 보조해 주는 장치와 운전 능력에 따라 면허 자격 차등을 두는 등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충돌이 발생할 때 긴급 제동을 걸어주는 보조 장치 같은 것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고요. 현재는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해 3년마다 적성 검사와 안전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인지능력과 반응속도도 테스트해서 조건에 미달하면 법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등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이동권을 강제로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면 행복도를 떨어뜨려 교통사고 못지않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 만들기에 힘쓰고, 대체 교통수단을 늘려나가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