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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두고 해외 여행을 떠나기 위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객. 국제신문DB |
하지만 시민 반응은 엇갈립니다. 대다수 직장인과 여행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깜짝 휴일’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임시공휴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근로자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집니다.
정부는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 진작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공휴일 하루가 추가되면 국내 여행 소비액이 약 4300억 원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임시공휴일 하루로 약 4조2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길어진 연휴 덕분에 여행 일정을 잡는 직장인이 많아진 건 사실인데요.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A 씨는 설 연휴를 맞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일주일 가까이 쉴 기회는 드물어서 이번 연휴를 알차게 보내기로 했죠. “설 연휴 전에 친척 집에 방문하고, 연휴 기간에는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려고요. 연차 낸다고 고생 안 하고, 회사에서 연락 올 걱정 없으니 참 좋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 B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 등 국가 비상사태가 겹치며 완전히 얼어붙은 여행업계로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은 희소식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25일에 출발하는 여행 편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한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여행 수요가 늘어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입니다.”
반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연휴에도 일하는 근무자와 연휴가 길수록 손해가 막심한 자영업자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마냥 반갑지는 않죠.
병원에서 일하는 C 씨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절망’했습니다. 연휴가 길면 병원이 훨씬 바빠져서 그런데요. 정부가 항상 임박해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바람에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명절에는 환자가 정말 많이 와요. 그래서 근무 인원을 평소보다 늘리는데요. 이렇게 갑자기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 정말 곤란해요. 연휴가 길어지면서 근무 인원을 몇 명 더 투입해야 하는데, 이미 명절 스케줄이 다 나온 상황에서 누가 더 출근하려고 하겠어요. 27일 근무 인원이 부족해서 매우 바쁠 것 같네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D 씨 또한 딱히 반길 만한 소식은 아니라고 합니다. “작은 동네 병원에서 일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법적으로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기도 하고요. 이미 27일에 예약 환자를 받았기 때문에 쉴 수 없죠.”
음식점을 운영하는 E 씨도 연휴 내내 장사를 공칠 생각만 하면 눈앞이 깜깜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죠. 계엄이나 고물가 영향으로 장사가 어려워졌는데, 연휴까지 길어진다니까 죽을 맛입니다. 관광지면 몰라도 연휴가 길면 동네 상권은 오히려 장사가 안 됩니다.”
한편 정부가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한 데 대해 정원호 서울 성동구청장이 31일이 임시공휴일 날짜로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명절 연휴 뒤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게 내수 활성화라는 정부 취지에 더 적합하다는 것인데요. 명절 일정을 마치고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짧은 외출을 다녀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임시공휴일 지정을 확정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