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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에 갈 수 없게 되자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허시언 기자 |
OTT 플랫폼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그저 영화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신규 플랫폼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죠. 극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상황에서 극장의 대체재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단독 공개를 선택하기도 했죠. 그 결과 OTT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해낼 만큼의 능력을 갖추게 됐고, 국내 극장들은 개관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습니다.
라노는 문득 ‘이대로 OTT 플랫폼이 쭉 성장한다면 언젠간 극장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급속도로 성장한 OTT 플랫폼이 언젠가는 영화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할 것이라고 예측했죠. 극장 관람 문화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고요.
■OTT는 극장의 대체재가 될 수 있나
영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극장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정형화된 극장의 형태가 자리 잡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등장 초기에는 ‘키네토스코프’라는 장치로 관람객이 긴 통을 통해 혼자서 영화를 들여다보는 형태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죠. 이후로도 ‘니켈로디언’이라는 5센트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영화를 보여주는 극장 아닌 극장이 등장하기도 했고, ‘드라이빙 시어터’라는 자동차 극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카페나 교회 예배당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TV가 등장하게 됩니다.
영화 제작사는 경쟁 매체들에 대한 우위를 점해야 했습니다. 집에 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볼만 한 이유를 만들어야 했죠. 이러한 이유로 스크린 사이즈를 키워나간 것이 지금의 극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극장은 끊임없이 다른 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현재 OTT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은 이러한 영화의 흐름 속 역사로 볼 수 있습니다. 부산대 서대정(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때문에 시기가 다소 빨리 찾아오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극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극장만이 줄 수 있는 관람 문화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 여러 사람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지속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OTT가 극장의 자리를 대신하고 극장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창구의 특수한 형태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OTT는 영화로 인정될 수 있는가
OTT 콘텐츠는 영화인이 만들고 제작했으나 영화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OTT가 아직까지는 영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OTT에서 만들어낸 콘텐츠의 퀄리티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영화 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의견 충돌 때문이지 영화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것이 새로 생기면 거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죠. 현재가 바로 그 적응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결국은 OTT 콘텐츠도 영화로 인정받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지금은 마찰이 있는 단계죠. 영화제도 혼돈 그 자체입니다. 칸 영화제에서는 OTT 작품을 받지 않고,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OTT 작품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OTT 작품이 위세를 떨치게 된다면 결국은 영화제에서도 OTT 작품을 받게 되는 날이 오게 되겠죠. 서 교수는 “거대한 흐름 자체는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OTT 작품은 콘텐츠를 상영하는 환경이 달라진 것이지, 콘텐츠 자체가 영화와 비교될 만큼의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극장 상영=진정한 영화’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될 일이죠.
■OTT 작품과 극장 영화와의 차이점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큰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지만 OTT 작품은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을 통해 상영하기 때문에 촬영을 할 때 세세한 디테일까지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렇기 때문에 OTT와 영화의 퀄리티 차이가 난다는 건데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촬영 방식은 TV 프로그램이나 OTT 작품의 촬영 방식과 약간 다릅니다. 영화는 롱 숏, 그러니까 피사체를 멀리서 찍는 기법을 자주 쓰는데, TV는 가까이서 피사체를 찍는 클로즈 샷을 자주 쓰죠. 화면 크기의 차이 때문인데요. 롱 숏을 자주 써서 넓은 화면을 잡는 영화의 경우 화면에 노출되는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디테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이 OTT에 비해 영화가 더 다양합니다. TV와 OTT가 미학적으로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단조롭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OTT가 발달하게 되면 미학적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죠.
하지만 OTT의 발달로 오히려 좋아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작품 상영 시간의 제한이 없어지는 것이죠. 좀 더 디테일한 스토리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러닝 타임에 구애를 받지 않는 OTT는 좀 더 긴 호흡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연작으로 만들어나갈 수도 있죠. OTT가 새로운 영화 상영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서 교수는 “극장 영화의 장점과 OTT 작품의 장점이 따로 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