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RANO)’입니다!

오늘은 15개월째 지붕막이 뜯겨져 흉물로 변한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다녀왔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첫 승의 성지인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벽면과 천장에 콘크리트 대신 ‘지붕막’을 씌워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글쎄 지붕막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말썽입니다. 유리섬유의 일종인 PTFE 재질로 만든 지붕막은 상·하판을 포함해 모두 96장. 지금까지 29장이 강풍에 찢겨 날아간 전력이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8월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 파손된 9장은 지금까지도 보수가 안돼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입니다. 지붕막 수리, 안하는 걸까요 못하는 걸까요?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지난 2일 라노가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일대에서 파손된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지붕막을 바라보고 있다. 정채영 PD

부산시는 지난해 지붕막이 한꺼번에 날아가자 대책 마련에 골몰합니다. 지붕막이 미국·독일산 수입자재여서 조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설치한 지 20년쯤 되니 내구성이 처음의 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다시 설치해봐야 또 파손될 우려가 커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인 셈.

결국 부산시는 6개월에 걸쳐 지붕막 수리 타당성 조사를 실시합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테두리 보강’. 지붕막 테두리에 폭 1ｍ가량의 작은 막을 덧대 강풍이 불어도 버틸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미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단기간에 시공을 마무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었다”는 것이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 설명.

무려 1년에 걸쳐 해법을 모색했으나 실제 시공까지 앞으로 1년이 더 필요합니다. 우선 내년도 부산시 예산안에 반영된 수리비 35억1000만 원이 부산시의회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매년 배정되던 보수비(연 1억4000만 원)마저 올해는 절반으로 깎였었거든요. 다행히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보험을 들어둔 덕에 수리비 중 테두리 보강을 제외한 32억4000만 원은 향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드주경기장 지붕막 파손 타임라인. 이준혁 기자

더 중요한건 시공 시기인데요. 지붕막이 워낙 날씨에 민감한 탓에 뜯겨진 9개를 동시에 설치하려면 계절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체육시설사업소 측은 “겨울엔 찬 강풍 때문에, 봄에는 계절풍 때문에, 여름엔 태풍 때문에 못한다. 가을이 적기”라고 합니다. 다시 가을이 오려면 최소한 10개월은 기다려야 하니 지붕막이 뜯긴 지 2년이 훨씬 지난 내년 이맘때는 돼야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지붕막 수리가 사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닙니다. 지붕 구조를 아예 변경하거나 파손 우려를 획기적으로 덜어낼 수 있는 묘안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산시는 현재 사직종합운동장과 아시아드주경기장 일대를 묶어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때 주경기장 구조 변경을 포함해 리모델링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부산시가 근본 대책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요? 라노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이준혁 기자 jnhy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