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엘시티는 사계절 관광시설이 됐을까

이준혁 기자 jnhykk@kookje.co.kr  |  입력 : 2021-12-13 21:23:24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RANO)입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갈 때마다 “엘시티는 ‘4계절 체류형 관광지’가 됐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최고 101층인 엘시티의 원래 이름은 ‘해운대관광리조트’였습니다. 부산시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가 엄청난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민간사업자인 엘시티PFV에 특혜를 준 이유도 ‘관광 활성화’였습니다. 그런데 엘시티가 부산 관광에 미친 부가가치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검증한 학술논문이나 공공기관 연구보고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군요. 그래서 라노가 현장을 찾아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라노가 지난 9일 해운대구 중동 일대에서 엘시티를 올려다보고 있다. 정채영 PD
 우선 엘시티 역사부터 소개. 부산시는 2006년 11월 옛 극동호텔과 국방부 소유 토지를 ‘해운대관광리조트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합니다. 또 ‘공공 개발’을 명분으로 민간 소유 주택·토지도 수용합니다. 엘시티PFV의 전신인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은 2009년 7월 ‘환경이 바뀌었다’면서 엘시티 토지용도를 ‘중심지미관지구+일반미관지구’에서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해달라고 부산시에 요청합니다. 일반미관지구가 되면 주거시설이 가능하기 때문. 부산시는 특혜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2009년 12월 트리플스퀘어의 요청을 수용합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엘시티 입주시설 종류는 크게 주거시설(43.9%)과 관광· 지원시설(56.1%)로 나뉩니다. 관광·지원시설 중 생활형숙박시설로 불리는 레지던스호텔(27.9%)과 관광호텔(8.3%)이 36.2%를 차지합니다. 레지던스 561실 중 70%가 넘는 400실은 숙박이 아니라 주거용으로 사용 중입니다. 결국 엘시티 호텔 36.2% 중 ‘진짜’ 호텔은 16%대에 불과한 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콘셉트시설(워터파크·익사이팅파크·영화체험박물관·해양화석도서관·아트갤러리·메디컬&스파)은 엘시티 연면적의 9.1% 수준. 설상가상으로 ‘콘셉트시설’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아직까지 개장을 못하고 있는 상황. 아직 운영사 선정도 못했다고 합니다. 엘시티PFV 측은 “워터파크는 2022년 5월, 전체 콘셉트시설은 2023년 상반기는 되어야 개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상업시설 입주도 저조합니다. 엘시티 더 몰 270여 개 상가 중 현재까지 입주가 끝난 곳은 30여 개.

라노가 지난 9일 엘시티 1층 ‘엘시티 더 몰’에서 임대 현수막이 걸린 상가를 쳐다보고 있다. 정채영PD
 콘셉트시설 개장이 늦어지면서 엘시티PFV와 부산도시공사는 분쟁에 휩싸였습니다. 엘시티PFV가 약속한 날짜(2020년 8월 31일)까지 콘셉트시설을 개장하지 못했거든요. 부산도시공사는 협약에 따라 엘시티PFV의 이행보증금 약 110억 원을 몰취했습니다. 그러자 엘시티PFV는 법원에 이행보증금 반환을 위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엘시티 탄생 이유인 ‘사계절 관광시설’이 과연 얼마나 실현됐는지 의문”이라면서 “적정개발에 대한 부산시의 대대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엘시티가 관광단지가 아닌 주거단지로 전락할 동안 전문가들과 담당 공무원들은 뭘 했나. 지금이라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동윤 이준혁 기자 dy1234@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