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이거아나] 페트로 위안

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  입력 : 2023-04-27 21:06:04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페트로 위안’으로 정했어요. 네? 페트로 달러인데 잘못 쓴 거 아니냐구요? 라노는 페트로 위안이라고 제대로 쓴 게 맞답니다. 어쩌다가 페트로 위안이라는 용어가 생겼나 싶으실 것 같은데요. ‘페트로 위안’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페트로 달러’라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을 거예요. 석유 수출국이 보유한 오일 달러를 뜻하는데요. 달러가 기축 통화로 자리 잡은 결정적 계기는 원유의 결제는 오직 달러로만 한다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1974년 석유 파동이 터지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맺었습니다. 협력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국가 안보를 보장받게 됐죠. 미국은 전 세계에서 달러의 지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죠.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거래였습니다.

거래 이후 달러화는 원유의 가치에 기반해 안정을 찾게 됩니다. 기축통화를 있게 한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죠. 이후 글로벌 금융 결제도 계속 달러를 기준으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달러의 힘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죠.

그런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부터 페트로 달러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페트로 달러의 자리를 노리는 국가가 생겨난 것인데요. 바로 중국입니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으로 러시아 일부 금융회사들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배제시켰습니다. 러시아의 최대 수출품인 원유와 천연가스를 달러로 거래되는 시장에서는 팔 수 없게 됐죠. 이때 미국과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 1, 2위를 다투는 중국이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위안으로 사게 된다면 ‘페트로 위안’ 체제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석유·가스 거래소를 충분히 활용해 원유 위안화의 결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흠집을 내고 위안화를 국제화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러던 지난달 말, 중국과 브라질은 서로 무역을 할 때 중국 돈 위안화와 브라질 돈 헤알화를 써서 직접 거래하기로 했습니다.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를 배제한 채 중국에서 개발한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합의했죠.

지난 24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두 나라 사이 원유 등 에너지 거래에서 중국 돈 위안화 또는 러시아 돈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공식 합의했습니다. ‘반 달러 패권’ 연대 세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줬죠.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 규모는 역대급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분기 두 나라의 교역액은 538억5000만 달러(약 71조5941억 원)로 밝혀졌죠.

중국은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과 위안화 결제에 합의하면 페트로 달러 체제에 심각한 균열을 미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페트로 위안 체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죠. 미국이 아주 조마조마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