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尹 대왕고래 ‘140억 배럴’ 확률 0.0002%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입력 : 2026-09-21 08:58:59
2024년 6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정치적으로 부풀려졌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만류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16일 감사원이 공개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진행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4년 6월 3일 직접 국정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사업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발표가 있기 며칠 전으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2024년 5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통령실에 동해 가스전 유망성 평가 결과를 보고하면서 대외 홍보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지질학적 성공 확률이 상당히 불확실(20% 이내)’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은 내부 논의 후 이러한 내용의 대국민 발표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산업부는 ‘확인되지 않은 탐사 자원량을 공개할 땐 과도한 국민적 기대감이 조성될 수 있고, 이후 시추에 실패할 경우 언론·국회 등으로부터 비판받아 향후 사업 추진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탐사 자원량 대신 대왕고래의 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탐사 자원량은 시추 전 탐사자료 분석 등을 통해 추정한 것입니다. 즉, 석유나 가스의 존재 여부,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며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습니다.

‘140억 배럴’(약 2조2258억ℓ)이라는 표현은 대왕고래를 포함한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인 ‘유망구조’ 7개의 탐사 자원량을 낙관적으로 계산한 최댓값입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7개 유망구조 모두 탐사에 성공할 확률은 0.000218%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내 시추를 끝내도록 일정을 앞당기게 했습니다. 당초 한국석유공사는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최소 5개공(탐사를 위해 해저면에 뚫는 구멍 단위)을 시추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산업부가 같은 해 9월 이 내용으로 보고하자,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 임기 내인 2027년 5월 전까지 시추를 마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후 안덕근 당시 산업부 장관은 절충안(2028년 1분기 완료)을 보고하며 ‘일정 관련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만, 윤 전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화를 내며 일정 재수립을 지시했습니다. 결국 안 전 장관은 무리한 일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2026년까지 1개공을 제외한 4개공을 추가 시추하겠다고 다시 보고했습니다.

미국 지질 탐사 자문 기업 ‘액트지오’(Act-Geo)의 자격 논란은 불식됐습니다. 당시 유망성 평가 용역을 맡은 액트지오가 메이저 기업을 제치고 선정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액트지오에 대해 사전 내정 후 형식적 입찰했다거나 특혜를 제공한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습니다. 7개 유망구조를 도출한 액트지오의 평가 방법론 역시 업계 기준에 부합했습니다.

다만 탐사 자원량과 지질학적 성공확률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시추를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왕고래는 1차 탐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한 2차 탐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