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정부 자산 매각에 나섰다. 최근 이집트 정부는 계속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유 자산의 매각과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30억(약 3조9300억 원)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노력으로 여겨진다.

이집트 국민이 지난 1일 이집트 하원인 의사당 새 건물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집트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30년 동안 장기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집권 세력의 무능과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초래되었고, 이집트 경제 사정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시절보다 더욱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이집트는 두 차례의 IMF 구제금융으로 경제 위기를 모면해 왔다. 2016년에는 120억 달러의 자금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끼쳤던 2020년도에는 8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동맹국들의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이집트는 코로나 19에 더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인한 유가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내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음에 따라 극심한 외화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이집트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36.8%를 기록하고 있으며 식료품 가격은 이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집트 인구 1억400만 명 중 약 1/3이 절대 빈곤 상태이며, 기초 식량 구입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집트의 민간 기업들은 수출입 제한으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2023, 24년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이 부채 상환금으로책정되어 있고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이집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3월 세 번째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며, 12월 18일 IMF는 성명을 통해 이집트에 46개월간 30억 달러의 확대 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지하드 아주르(Jihad Azour) IMF 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 국장은 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정부 자산의 민영화를 통한 민간 부문 활성화와 환율의 유연성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정부는 지난 2월 정부 자산 매각을 위해 32개의 국유 회사 명단을 공개했으며, 지난 7월에는 19억 달러 규모의 정부 자산이 매각되었다고 발표했다.

발표의 주요 내용은 아부다비 정부 투자 기관인 아부다비 개발 기금(Abu DhabiDevelopment Fund, ADQ)에 이집트 석유화학 및 석유 채굴 회사의 지분을 매각했고, 이집트의 탈라트 무스타파 그룹(Talaat Mostafa Group)의 자회사에 7개의 고급 호텔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이집트 정부의 발표는 단기적으로는 IMF와의 협상에서 구제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받기 위한 진일보된 조처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 매각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 이집트 파운드의 유동화를 위한 정책 마련, 민간 투자의 확대, 수출 증가를 위한 계획, 국유 자산의 추가 매각 등 이집트 경제 구조를 튼튼히 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집트의 정치적 안정 및 국제 사회로부터의 신뢰 회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