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세 철폐 땐 수출 경쟁력 약화 

- 현지생산 車·가전 단가인상 전망 

- 무역흑자국에 ‘상호관세’도 예고

- 트럼프와 통화도 못해 대응 공백  

중국을 겨냥해 10% 추가 관세를 먼저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 구상까지 공개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발 관세 위협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에 대한 보복 성격인 ‘상호 관세’까지 예고한 상황이어서 수출로 지탱하는 한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현지서 현대차 등 단가 인상 우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오는 10일 발표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지난달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세계 모든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첫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현실화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포함한 한국 기업은 대미국 수출에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25%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에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협상을 거쳐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적용받았고 이 체계는 지금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수치 자체만 보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철강 시장에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상품 전반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반면 미국산 철강 제품은 생산 확대와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부품 등으로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미 10%의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역시 한국의 알루미늄 수출은 타격을 받게 된다. 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알루미늄은 약 25만t으로, 금액으로는 약 10억 달러에 달했다. 아울러 한국산 철강에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그룹과 LG전자 등 현지에서 생산되는 한국 기업의 자동차 및 가전 제품의 단가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현안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 트럼프와 통화도 못해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예고한 ‘상호 관세’도 우려를 높인다. 상호 관세는 특정 제품의 교역에서 미국이 수입할 때 적용하는 관세보다, 상대국이 미국산을 수입할 때 더 많은 관세를 매길 경우 이를 불공정한 행위로 보고 양국 간 차이만큼 추가로 부과하는 일종의 ‘보복 관세’ 성격을 갖는다.

이는 미국의 무역 적자국 8위에 속하는 한국도 상호 관세 도입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했다.

다만 상호 관세의 기본 의미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 등에 비춰봤을 때, 향후 한국을 향한 추가 무역 압박 가능성은 여전히 있겠지만 당장 상호 관세의 주요 표적국에 당장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국가 리더십 부재 사태를 겪는 우리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 강영규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이뤄지도록) 외교부를 통해 오퍼(제안)를 넣어놓은 상태”라며 “그쪽(미국) 사정에 따라 연락이 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이날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철강협회 및 주요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논의 내용은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2025년 경제동향 2월호’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