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기 참사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한다. LCC 항공편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사고 항공사인 제주항공의 무더기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해외여행 일정 변경이나 취소를 문의하거나 요청하는 소비자가 급증한다.

30일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박형준 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30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항공권 취소 건수는 약 6만8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선과 국제선 취소는 각각 3만3000여 건, 3만4000여 건으로 비슷하다. 집계는 전날 새벽부터 이뤄졌으나, 대부분 취소 건은 참사가 벌어진 이후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외여행 취소 및 일정 변경 문의도 크게 늘었다. 이날 여행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시는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성수기이지만 참사 이후 여행사에 항공편 변경 여부와 취소 수수료 등을 묻는 전화가 잇따른다. 이번 참사 피해자 대부분이 한 중소 여행사의 주도로 기획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패키지여행 상품 취소 사례도 잇따른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모(38) 씨는 “LCC를 자주 이용했는데 사고 소식을 접한 뒤에는 불안감을 이길 수 없어 내년 2월 중순으로 예정된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사이판 등 LCC만 취항하는 일부 노선을 놓고 여행 일정을 취소할지 고민하는 문의도 쏟아진다. 국내선 이용객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권모(45) 씨는 “부산~서울 왕복 LCC 특가 항공권을 구매했다가 취소했다. 비행기 대신 KTX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수수료 등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연말연시 여행보다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내년 1월 이후 취소 사례가 크게 늘 것으로 우려한다. 지역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개별 여행객 취소까지 고려하면 취소 사례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