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65%가 매립지…폭우 땐 '물바다', 빗물저장소·배수차 늘려 재앙 막아야

- 25일 1곳은 금세 용량 초과

- "구·군별 수십 개는 있어야"

- 소방 배수지원차도 7대뿐

- 대당 7000만 원 예산 '막막'

부산은 지난 25일 집중호우로 총 1506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절대다수인 92%가 침수 피해(1387건)다. 그나마 당시 강우 시기가 만조를 비껴가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만조가 겹쳤으면 부산 지역 35%가 침수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그만큼 침수에 취약하다. 

■ 우수저류시설 확대해야

침수피해를 예방하는 시설로는 우수저류조가 효과적이지만, 부산에는 2곳만 있고, 2곳은 공사 중이다. 우수저류조는 빗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것에 대비해 이를 가둬놓고 적절히 조절하는 시설이다. 도심 댐 역할을 한다. 부산에는 현재 부산대운동장과 센텀시티 올림픽공원 쪽 두 곳에 있다.

부산대운동장의 것은 폭 51.3m, 길이 80.4m, 깊이 6.8m로 최대 2만260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금정구가 2012년 12월 완공했다. 부산대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금정산에서 내려오는 급류로 인근 주택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다. 그러나 이번 폭우 때 부산대 저류조는 1시간30분 만에 저장한 빗물을 방류하는 등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는 한계치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다. 금정구는 이 시설을 최대 50년 주기로 잡아 설계했다. 50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비를 고려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에 금정구에는 시간당 최대 1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은 300년 주기로 수방시설을 설계한다. 도쿄는 5년 전 도심에 저류 터널을 만들었다. 부산시가 도쿄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센텀시티 우수저류시설은 2011년 완공됐다. 용량은 1만8200t, 30년 주기로 설계됐다. 부산대 저류조가 물이 차 아래로 흘려보낸다면, 센텀시티 쪽은 펌프 설비를 이용해 수영강 하류로 강제 배수하는 게 다르다.

남구와 수영구는 용호지구와 수영지구에 각각 6000t과 1만8000t 규모의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용호지구 저류조는 지난해 착수해 현재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18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수영지구 저류조는 현재 설계 중이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토목과) 교수는 "부산은 전체 토지의 65%가 매립지이므로 대형 우수저류시설 외에도 작은 저류조인 침전조를 도로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구·군별로 우수저류시설을 수십 개 만들어야 제대로 수해 방지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배수지원 차량도 늘려야

배수지원 차량은 시간당 120t의 물을 신속하게 빼낼 수 있어 집중호우 때 인명 구조나 빠른 피해 복구에 효과적인 장비로 평가된다. 이번 우장춘로 지하차도 차량 침수사고 당시 배수지원차가 빨리 출동했다면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산에는 배수지원차가 11개 소방서 중 7곳에 각각 한 대씩 있다.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침수사고가 발생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대당 7000만 원이 넘는 고가 장비다.

부산시와 소방안전본부가 확보한 펌프는 대부분 용량이 적어 배수 작업이 더딘 편이다. 소방본부에는 이동식 수중펌프 453대와 소방차에 장착된 동력펌프 38대, 양수기 7대가 있다. 이들은 모두 배수 능력이 떨어진다. 부산 일선 구·군에는 653대의 수중펌프가 있지만, 모두 10마력 미만의 장비다. 544대의 양수기 중 10마력 이상은 91대에 그친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재난을 계기로 필요한 수방 장비 현황을 파악해 조속히 보충하겠다"고 말했다.